백만인 <동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얼마전 국가 경쟁력을 위한 민간경제 확대회의가 열린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여러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아 정부의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항목중 최우선적인 것은 바로 국내 금리의 국제적인
수준으로의 인하였다.

아마도 이러한 주장이 그동안 꾸준히 업계에서 요구되어 왔으메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제껏 제대로 반영될수 없었던 경제구조와 제반여건 또한
다시 짚어 볼 문제라 생각된다.

현재 널리 알려지고 있다시피 평균 13%에 달하는 국내금리는 유럽의 평균
금리인 5~6%수준과 미국의 6~7%대, 그리고 일본의 2%대 금리와 비교한다면
터무니 없이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생산의 3대 주요 투입 요소중의 하나인 투입자본은 고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국제시세 보다 작게는 2배에서 크게는 5배에 달하는 고금리의 자금을
투입하여 국제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생산코자 하는 기업들의 노심초사하는
정황이 이제껏 간과되지는 않았다해도 그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인식과 공동의 개선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생산과 수출의 현장에서 이같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저금리에 대한 요구와 소망이 이제껏 시정되지 않고 있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짚어보자.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확고한 정책의지의 표명이 아닌가 싶다.

주지하다시피 3공화국 시절의 잘 살아 보자는 일념아래 수출일변도의
드라이브정책이 오늘의 경제적인 기반을 구축하였다면 5공화국 시절은
물가의 3%선 이내의 목표도달이라는 지상과제를 설정하여 물가안정을 위한
균형예산과 경상수지의 개선이 언급될수 있겠다.

6공화국에 들어와서는 200만가구에 달하는 신도시 건설이 대표하듯 치솟는
지가및 부동산 투기와의 싸움으로 요약될수 있다.

한편 현 정부하에서는 주요정책의 일순위로 금융실명제를 토안 지속적인
그융개혁을 들수 있으며 또한 그것이 지난 40여년동안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 왔던 지하경제자금의 흐름을 양성화시킴으로써 근래의 여유있는
통화운용과 안정되고 있는 금리로 이어지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라 하겠다.

그러나 금융개혁이 말 그대로의 개혁이 되기위해서는 지하에서 운용되며
끈끈히 걍제를 괴롭히던 사금융의 양성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국내금리를 국제금리수준에 접근할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국내 기업들이 유수의 세계기업들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수
있도록 하여야만 비로소 금융개혁의 대도를 일차 마무리짓는 쾌거라 할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정책당국에서는 기업 경영과 세계화 일선에서 일고
있는 가장 우선적인 시급한 요구가 무엇인지를 좀 더 꾸준히 경청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할것이며 그와 더불어 그에 대한 점진적이고도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이어져야 할것이다.

통치 전반기를 넘긴 현 정부가 금융 개혁의 꼬인 실타래를 금융실명제를
통하여 과감히 성공적으로 풀어 냈다고 볼때 이제는 거기에 안주할 단계를
지나서 통치 후반기에는 좀더 적극적인 금리정책 목표하에서 제반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3공화국의 수출드라이브 정책, 5공화국의 물가 안정책에 버금갈수 있는
현 정부의 금융개혁과 금리정책의 완결로 이어질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특히 이러한 점에서 요즈음 미국 경제의 소프트 랜딩을 위한 미
연방준비은행에 꾸준하고도 지속적인 금리 조정과 침체된 경기 부활을
위하여 얼마전 시행한 일본의 재할인 금리 조정(0.5%로 낮춤)등에서 우리는
선진국들이 경기대책을 위한 도구로서 얼마나 예민하게 수시로 금리 조정을
하고 있는지를 좋은 거울로 삼을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업들도 자금 조달 방법과 양태에 있어 어느정도의 절제와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요즈음 자금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양상을 심화시키고 있어서 일부
대기업들은 수출 호황에 따른 매출 이익과 손쉬운 자금 조달에서 오는
잉여자금으로 기업확장에 나서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극심한 자금난 속에서
지방어음 부도율은 70년이후 최고수치(0.7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어떠한 면에서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는 현행 금융여신관행에도
문제가 있지만 불요불급한 자금을 미리 확보해 두고자 하는 대기업들의
자금에 대한 가수요가 시중자금의 경색과 왜곡을 유발하여 편중된 자금
흐름에서 오는 자연발생적인 고금리로 연결되는 한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싯점에서 대기업들도 시중자금이 원활히 흐를수 있도록
하는데에 자발적인 참여가 요구되며 그럼으로서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할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시 한번 현 정부들어 금융걔혁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진 이 싯점에서
당국의 결단력 있는 국내 금리의 국제화라는 제2정책 목표를 제언하는
바이다.

기업들 또한 이에 부응하여 시중의 자금흐름이 적절히 유지되어
전체산업과 기업들로 골고루 배분되게 함으로서 낮은 금리속에 우리기업들이
좀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시장을 손잡고 공략해 나갈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으면 한다.

다행히도 요즈음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된 통화량과 근래 신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금리지표가 이러한 우리의 희망을 더욱 북돋아주고 있는
싯점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