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에도 중국바람이 거세다.

단풍물결속에 중국계영화들이 국내 안방극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10~11월 2달동안 메이저 비디오사에서 선보이는 중국 홍콩 대만 등
중국계 영화는 줄잡아 10여편.

비디오시장 점유율에서 절대우위를 차지해온 할리우드영화에 이어
시장셰어를 꾸준히 늘여가고 있는 중국계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이가운데는 홍콩느와르같은 액션물외에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영화가 많아 국내영화산업에 황화(?)현상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국내 비디오시장 공략의 선봉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5세대감독 장예모.

94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인생"(콜럼비아 트라이스타)이
23일께 나오는데 이어 11월에는 "화혼"(드림박스)이 출시된다.

"인생"은 중국격동기 현대사에 얽힌 개인의 삶을 그린 작품.

주인공 부귀가 공산주의 개혁도중 재산을 몰수당하고 혁명대열에
참여하지만 어수선한 사회속에서 아들을 잃는 과정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개인의 아픔을
담았다.

칸느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갈우가 공리와 호흡을 맞췄다.

"화혼"은 천하대란이 시작되기 전의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비천한
창기에서 교수, 화가로 변신하는 한 여인의 삶을 진지하게 추적한 영화.

타의에 의해 아이를 낳을수 없게 된 창기 옥랑은 사랑하는 연인을
뒤로 하고 프랑스파리로 떠난다.

파리에서 그림에 몰두하던 옥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체를 격렬한
터치로 묘사한다.

고단한 삶에 몸부림치는 여인역을 공리가 맡아 열연했다.

"아비정전" "열혈남아"의 홍콩감독 왕가위는 극장개봉에서 성공을
거둔 "중경삼림"(스타맥스)으로 11월초 안방극장에 진출한다.

임청하 양조위 금성무 왕정문등 홍콩의 신.구세대배우가 함께 출연한
"중경삼림"은 홍콩영화의 변신을 엿보게 하는 작품.

빠르게 전개되는 두편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후기산업사회를 사는
젊은세대의 특징인 인스턴트식 사랑과 고독하고 암울한 사회상을 함께
그려냈다.

공허한 현대사회의역설적 표현인 "캘리포니아 드리밍"의 시끄러운
연주음이 이채롭다.

이와함께 전형적인 홍콩느와르 "애재창구상"(영성)과 "유덕화의
도망자"(SKC)도 10~11월 비디오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홍콩최대의 영화사 골든하베스트가 제작한 "애재창구상"은 살인범
추적 도중 펼쳐지는 액션과 풋나기경찰이 살인범의 애인과 엮어가는
사랑을 통해 극적 재미를 고조시키고 있다.

올드스타 곽부성이 주역인 풋나기 경찰역을 맡았다.

"유덕화의 도망자"는 국제 무기밀매단과 싸우는 젊은 파일럿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대표적인 홍콩스타 유덕화 관지림 오천련이 함께 출연, 눈길을 끈다.

전투기 격돌장면등에서 할리우드영화를 좇아가는 스케일의 확대 또한
주목거리.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