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중에 "동물의 세계"라고 하는게 있다.

재미있게 보면서도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한 것이구나 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모든 생물은 특정한 유형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개체로서
똑같은 것은 없다는게 신기하다.

자연현상에 대해 조물주가 배려를 했다면 그는 매우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
같기도 하다.

그 조물주가 좀 더 신경을 썼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대부분의 동물은 수컷이
아름답다는 것이고, 강자일수록 자극적인 색깔의 피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같은 생물이라도 특별한 경우에는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이나 색깔을
보이는게 보통이다.

식물의 열매가 익었을 때 색깔은 자극적이 되고,새들이 번식을 시도할 때
수컷은 아름다운 깃털을 새로 만들어 자랑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배려를 조물주로부터 충분히 받지 못한 탓인지 인간들은
스스로 장식하는 법을 예부터 만들어 낸 듯하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장식핀의 역사는 청동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고 한다.

근래에는 남녀구별없이 장신구를 걸치고 점점 심하게 냄새나는 약을
바른다.

몸에 걸치는 정도가 아니라 생활장소주변에 각종 장식들을 배치하기도
한다.

여기까진 좋은데, 한국사회엔 좀 심한 현상이 벌어진다.

안 보이는 장식에 해당하는 "타이틀"에 매달린다는 점이다.

일류대학 명문대 특정지역출신이니까 별다른 대접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박사 의사 변호사 종교인 교육자이니까, 또 민주운동을 했으니까, 사회
봉사활동을 했거나, 국토방위에 한 평생을 받쳤으니까, 또 적은 봉급을 받고
국가일을 수행했으니까 특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한 분야에서 받은 타이틀을 갖고 다른 분야에서 특별대우를 받고
싶어한다.

"과거의 공헌"을 두고두고 우려먹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동물세계에선 특정한 과업수행에 필요할 때만 장식이 부여되는게
조물주가 만든 섭리라고 생각된다.

수컷새들도 일이 끝나면 깃털을 스스로 버린다고 한다.

인간사회에서도 타이틀 소지자들이 계속 사회적 공헌의 능력이 있는지, 그
활동 내용이 현재나 미래의 사회.조직의 필요에 합당하는 것인지와 관련해
검증작업이 이뤄져야 우리사회가 쓰레기 같은 장식에 파묻히지 않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인간에겐 타이틀에 걸맞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보충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 있으니까 다른 동물보다는 참으로 다행이다.

장식 좋아하는 사람은 장식을 거는 몸체를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