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주식회사 해암의 홍택화사장(41)은
고등학교졸업반때 실습을 나간 것이 계기가 돼 플라스틱사출금형과 인연을
맺었다.

요즘은 금형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조차 드물지만 홍사장은 추운 겨울에
언손으로 선배들의 옷가지를 빨아주면서 어렵게 이기술을 배웠다.

그는 군에서 제대하자 3일만에 여의도에 있는 서상통상에 들어갔다.

이 업체 역시 플라스틱금형 수출업체.

이 회사에서 수출제품의 애프터서비스직원으로 1년간 일본에 파견됐다.

그곳도 도착하자 우리기술이 너무나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모두 잠든 밤에 혼자 공장에 나와 기계를 돌리며 기술을 익혔다.

일본인들에게 들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빗물이 새는 사글셋방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생각해 더욱 열심히
배웠다.

쉬는날이면 아키하바라등에 나가 일본제품을 분석했다.

홍사장은 귀국해 2년간 서상통상 플라스틱공장에 근무했으나 일본에서
배운 기술을 제대호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마침내 그동안 배운 기술과 경험을 활용, 종업원 5명으로 독산동에
금형업체를 차렸다.

그는 LG전자가 생산하는 냉장고의 야채박스위에 있는 유리판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중견금형업체로 발돋움했다.

전직장에서 고생하며 쌓아온 경력이 큰 발판이 됐다.

노귀영 창대섬유사장도 발로 뛴 경력을 살려 성공한 기업인이다.

노사장이 섬유사업에 손대게 된 것은 대학입시에 실패하면서 비롯됐다.

재수를 하기 위해 고향인 공주를 떠나 상경했으나 뜻을 바꿔 동대문시장
포목상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어 섬유원단 판매업을 하면서 잔뼈를 키웠다.

지난 90년 공주에서 원단생산업체를 창업한 노사장은 드디어 발명특허품인
고급양복지 벨벳을 생산했다.

누구나 창업을 하면서 색다른 아이템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나 창업컨설턴트들은 "지금까지 본인이 종사해오던 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한결같이
권고한다.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한 ''창업기업 성공요인분석''을 보면
창업자가 전직과 같은 업종이거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종을 선택할 때는
70%이상이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전직과 전혀 다른 업종을 선택할 땐 실패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우전자의 이상곤사장(45)은 전자공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에 몸담고 있다
무선전화기를 만드는 전자회사를 차려 성공한 기업인이다.

고려전자의 박희완사장(52)도 전직경력을 살렸다.

박사장은 70년초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설계 및 기획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엑셀승용차를 미국시장에 최초로 수출하는데 필요한 공인획득에
공헌했다.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세웠다.

충주 새한미디어 인근에 있는 두성정밀의 김종인사장도 마그네틱와이어를
사용하는 업체에서 관리 및 기술업무를 맡은 경험을 살려 마그네틱와이어
업체를 창업, 첨단기술업체로 뛰어올랐다.

대모엔지니어링의 이원해사장(41)은 유한공고를 다닐 때부터
기름밥을 먹기 시작해 숭실대전자과 야간을 다니면서 낮에는 브레이카를
수입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고척동에서 강력브레이카업체를 창업해
성공했다.

이처럼 전직장의 경력과 경험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창업성공의 가장
핵심적인 열쇠라고 못박을수 있다.

<이치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