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정길~토평동~암사동(용마산터널,암사대교포함) 4.6km 등 시내 3개
도로 54.4km 구간을 민자로 건설하려는 서울시의 민자유치계획이 부대사업
등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해줄 마땅한 방안이 없어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8월 제정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자유치촉진법"에
따라 올초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염창IC~잠실IC) 46.9km와 예술의전당~
선암로(우면산터널 포함) 2.9km 등 3개 도로를 민간자본으로 건설키로
발표한 바 있다.

내년 시공예정인 우면산터널, 용마산터널 구간은 이미 실시설계를 마쳤고
암사대교구간도 곧 설계용역이 끝날 예정이다.

이에따라 시는 이달말 처음으로 구성되는 "민자유치심의위원회"를 개최,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내년중 사업계획서 심사를 거쳐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도로통행료와 몇몇 부대사업으로는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엄청난 투자비용을 회수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사업에 투자할 의향을 밝힌 업체는 (주)대우와 태흥건설
2곳뿐이다.

이중 대우는 건설비와 설계, 유지관리비등을 포함, 강남순환도로 일부구간
이 1조3천억원, 사가정길~암사동간 도로는 1천8백억원, 예술의전당~
선암로간은 1천3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함께 시에서도 민간업체들의 투자를 유인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어 이들 업체들의 참여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삼성건설 인프라팀의 양봉호과장은 "도로는 투자액을 회수하는데 20~30년이
걸리며 부대사업을 위한 토지비용도 비싸 자체로는 사업성이 없다"며
"여건만 되면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는 상당히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민간기업들이 이같이 정부 또는 자치단체의 민자유치계획 사업에 참여를
꺼리는 것은 불투명한 사업성외에도 민자사업에 대한 여건이 성숙해 있지
않은 이유도 있다.

지난 81년 10월 완공된 원효대교의 경우 통행료를 20년 동안 받는 조건으로
동아건설이 자체 자금으로 건설한 것으로 서울지역의 대형 건축물중 첫번째
민자유치 사업이다.

그러나 동아건설은 이같은 모든 조건을 포기하고 원효대교를 완공, 2년
8개월만인 지난 83년 6월 서울시에 기부체납해야 했다.

당시 원효대교 운영권자인 동아측이 통행료를 소폭인상하자 여론재판하듯
통행료인상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동아측은 전혀 이익을
내지못한 상태에서 이익의 사회환원차원이라며 원효대교를 기부체납해
버리고 만 것이다.

또 현대건설도 울산인근에 화력발전소를 자체자금으로 건설, 한국전력에
공급하고 있으나 물가억제정책으로 전력요금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하고,
실질 인플레는 심화되는 바람에 1kW의 생산원가 64원보다 훨씬 낮은 53원에
전력을 공급하는등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이같이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유통등 서비스관련 민자사업이 아닌 인프라
시설관련 민자사업은 인식의 부족등으로 초기에서 부터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기회비용에 대한 은행이자이상의 수익 보장과 물가
오름세에 따른 적정 인상이 감안되는 것은 물론 이같은 소프트웨어측면에
대한 배려가 안돼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는 이들 도로변에 정유소, 유통센터등 부대시설을 운영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아파트건립등을 통해 택지개발이익을 얻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개발이 가능한 택지가 부족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관계자는 "민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법까지 만들었으나 현행
금융.세제지원만으론 사회간접자본건설에 민간기업이 나서기가 힘들다"며
"가능한 부대사업이 워낙 제한적이어서 결국 민간의 손실분을 시가 보전해
주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대우의 이우영부장은 "도로건설사업이 수익성이 별로 없다"고 전제하고
"국내의 높은 금리아래 과감한 투자를 하려면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위한
현금차관, 외자도입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형국.이승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