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 오는가] (2) 운신폭 좁아진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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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원의 거액을 쉽게 예치할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있겠느냐. 연12%면
무조건 가져와라"
"안됩니다. 당장 운용할데가 없습니다. 콜금리가 연10.5%인 마당인데 12%로
가져오면 역마진이 날건 뻔합니다"
한 시중은행자금부의 김모차장은 최근 담당임원과 이런 언쟁아닌 언쟁을
벌였다.
외형(수신고)을 늘릴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웬만하면 거액자금을
유치하자는게 그 임원의 주장이었다.
반면 연12%로 가져와 인건비등을 감안하면 최소 1.5%포인트의 역마진이
난다는게 김차장의 생각이었다.
4천억원의 1.5%면 1년에 60억원.
책임자 15명이상의 인건비에 해당한다는게 김차장의 설명이다.
이런 다툼은 비단 이 은행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다.
거의 모든 은행에서 매일같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툼의 핵심은 "외형을 늘리자"는 것과 "수익을 우선 생각해야 된다"는
것.
일선점포장이나 임원들은 가급적 외형을 늘리자는 주장이다.
반면 자금을 운용해야하는 자금팀이나 자산부채종합관리(ALM)팀은 저금리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만큼 외형경쟁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단군이래"로 자금초과수요현상을 보여왔고 따라서 외형이 많은
은행일수록 이익도 많이 난다는 "경험주의"와 이제는 시대가 변했으니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합리주의"의 대립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저금리현상에서 비롯됐다.
시장금리가 하락세이다보니 자금의 운용처가 마땅치 않다.
따라서 조달금리가 많이 드는 거액예금을 사절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
했다.
외형제일주의에 살아왔던 간부들로선 안타까울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섣불리 고금리 거액예금을 가져온다면 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지난 93년 연14%대로 조달한 개발신탁 때문에 아직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초 거둬들인 사은예금도 역마진이 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고금리수신과 이익규모는 반비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업무이익 1,2위를 기록한 조흥은행(3천6백19억원)과
상업은행(3천2백94억원)은 대표적 고금리수신인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잔액이 각각 9천6백89억원과 6천2백43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각각 2천43억원과 2천4백83억원의 업무이익을 낸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의 CD잔액은 1조9천2백15억원과 1조7천4백45억원으로 조흥
상업은행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에따라 뒤늦게나마 고금리수신억제에 나서고 있다.
영업점장들에게 주어지던 네고금리를 아예 없앴다.
서울은행은 CD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조흥은행은 우찬목행장이 직접 나서 CD잔액을 1조원이하로 유지토록
"단속"하고 있다.
은행들의 어려움은 비단 조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운용도 마찬가지다.
돈을 쓰고자 하는 기업이 없다보니 대출세일에 나설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출세일은 대표적으로 당좌대출 밀어내기에서 나타난다.
조흥은행은 지난 10일 당좌대출기준금리를 다른 은행보다 0.1%포인트 높은
연11.9%로 고시했다.
그 결과 이날 하룻동안 6백58억원이 상환됐다.
깜짝 놀란 조흥은행은 다음날 다른 은행(연11.8%)보다 낮은 연11.6%로
당좌대출금리를 낮췄다.
그 결과 다른 은행들은 2백억-5백억원정도 당좌대출이 상환됐음에도 불구
하고 조흥은행만 187억원이 늘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6일에도 나타났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당좌대출기준금리를 은행들이 약속한 최저금리인
연11.5%보다 낮은 연11.4%로 고시했다.
이 덕분에 두 은행의 당좌대출은 각각 8백55억원과 1백10억원이 증가했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은행은 대출이 줄어들고 있으니 금리를 저절로
내릴수밖에 없게 됐다.
갑작스런 저금리추세로 은행들의 어려움이 가중된건 분명하다.
그러나 은행들이 수지관리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하고 과학적인 자금
조달및 운용패턴을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많은게 사실
이다.
결국 저금리시대는 얼마나 빨리 합리적인 자금조달운용방법을 정착시키느냐
가 은행의 사활을 가름하는 상황를 몰고 온 셈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
무조건 가져와라"
"안됩니다. 당장 운용할데가 없습니다. 콜금리가 연10.5%인 마당인데 12%로
가져오면 역마진이 날건 뻔합니다"
한 시중은행자금부의 김모차장은 최근 담당임원과 이런 언쟁아닌 언쟁을
벌였다.
외형(수신고)을 늘릴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웬만하면 거액자금을
유치하자는게 그 임원의 주장이었다.
반면 연12%로 가져와 인건비등을 감안하면 최소 1.5%포인트의 역마진이
난다는게 김차장의 생각이었다.
4천억원의 1.5%면 1년에 60억원.
책임자 15명이상의 인건비에 해당한다는게 김차장의 설명이다.
이런 다툼은 비단 이 은행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다.
거의 모든 은행에서 매일같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툼의 핵심은 "외형을 늘리자"는 것과 "수익을 우선 생각해야 된다"는
것.
일선점포장이나 임원들은 가급적 외형을 늘리자는 주장이다.
반면 자금을 운용해야하는 자금팀이나 자산부채종합관리(ALM)팀은 저금리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만큼 외형경쟁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단군이래"로 자금초과수요현상을 보여왔고 따라서 외형이 많은
은행일수록 이익도 많이 난다는 "경험주의"와 이제는 시대가 변했으니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합리주의"의 대립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저금리현상에서 비롯됐다.
시장금리가 하락세이다보니 자금의 운용처가 마땅치 않다.
따라서 조달금리가 많이 드는 거액예금을 사절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
했다.
외형제일주의에 살아왔던 간부들로선 안타까울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섣불리 고금리 거액예금을 가져온다면 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지난 93년 연14%대로 조달한 개발신탁 때문에 아직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초 거둬들인 사은예금도 역마진이 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고금리수신과 이익규모는 반비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업무이익 1,2위를 기록한 조흥은행(3천6백19억원)과
상업은행(3천2백94억원)은 대표적 고금리수신인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잔액이 각각 9천6백89억원과 6천2백43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각각 2천43억원과 2천4백83억원의 업무이익을 낸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의 CD잔액은 1조9천2백15억원과 1조7천4백45억원으로 조흥
상업은행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에따라 뒤늦게나마 고금리수신억제에 나서고 있다.
영업점장들에게 주어지던 네고금리를 아예 없앴다.
서울은행은 CD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조흥은행은 우찬목행장이 직접 나서 CD잔액을 1조원이하로 유지토록
"단속"하고 있다.
은행들의 어려움은 비단 조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운용도 마찬가지다.
돈을 쓰고자 하는 기업이 없다보니 대출세일에 나설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출세일은 대표적으로 당좌대출 밀어내기에서 나타난다.
조흥은행은 지난 10일 당좌대출기준금리를 다른 은행보다 0.1%포인트 높은
연11.9%로 고시했다.
그 결과 이날 하룻동안 6백58억원이 상환됐다.
깜짝 놀란 조흥은행은 다음날 다른 은행(연11.8%)보다 낮은 연11.6%로
당좌대출금리를 낮췄다.
그 결과 다른 은행들은 2백억-5백억원정도 당좌대출이 상환됐음에도 불구
하고 조흥은행만 187억원이 늘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6일에도 나타났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당좌대출기준금리를 은행들이 약속한 최저금리인
연11.5%보다 낮은 연11.4%로 고시했다.
이 덕분에 두 은행의 당좌대출은 각각 8백55억원과 1백10억원이 증가했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은행은 대출이 줄어들고 있으니 금리를 저절로
내릴수밖에 없게 됐다.
갑작스런 저금리추세로 은행들의 어려움이 가중된건 분명하다.
그러나 은행들이 수지관리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하고 과학적인 자금
조달및 운용패턴을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많은게 사실
이다.
결국 저금리시대는 얼마나 빨리 합리적인 자금조달운용방법을 정착시키느냐
가 은행의 사활을 가름하는 상황를 몰고 온 셈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