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화두는 단연 정보화다.

인터넷 칼스 정보고속도로 등의 낱말이 넘쳐난다.

정보화나 전산화에 뒤진다면 그걸로 기업의 운명도 끝이라는 인식이
역력하다.

반대로 정보화에 한발 앞선 기업들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는 태도다.

이런 분위기는 은행등서 금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전산망을 언급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송병순전광주은행장
(66)이다.

송전행장은 지난 61년 컴퓨터라는 용어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주인공이다.

지난 79년부터 신용보증기금이사장 국민은행장 은행감독원장 한국보험공사
(현 보험감독원)사장 광주은행장을 차례로 역임하면서는 금융전산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긴 걸로도 유명하다.

지난 6월 광주은행장을 물러난 뒤 IBS컨설팅그룹회장으로 또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는 송회장을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 광장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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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겐 "회장"이란 호칭보다 "은행장"이란 호칭이
더 익숙한데요.

IBS컨설팅그룹(국제기업전략연구소)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동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 송회장 =지난 6월 광주은행장직을 그만두고 나니까 무척 허탈하더군요.

그때 국제기업전략연구소를 이끌던 조동성서울대교수가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경영인을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권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소의 주식을 인수해 난생처음 오너가 됐습니다.

오너경영인이 된다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매력이었습니다.

-IBS컨설팅그룹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요.

<> 송회장 =미국의 매킨지나 보스턴컨설팅그룹등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와
똑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경영 진단을 실시하는등 말 그대로
종합컨설팅을 하는 것이죠.또 각종 연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출판과 교육작업도 병행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컨설팅은 회장의 전매특허인 "전산"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 송회장 =전산이나 정보화에 대한 컨설팅도 업무의 일부인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전산이나 정보화관련 컨설팅을 요구해오면 제 자신이 직접 나섭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정보화에 대한 의지를 관련분야에 대한
컨설팅문의로 가늠해 볼수 있을텐데요.

<> 송회장 =일반기업으로부터는 꽤 문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전혀 없습니다.

가끔 강연요청이 들어오는 게 고작이죠.물론 전문가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전산 전문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이것만 봐도 보수적이라는걸 실감할수 있습니다.

-회장께서는 "은행경영의 귀재"라든가 "금융전산화의 선구자"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전산화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 송회장 =현재 국내 금융기관은 전체 비용중 전산분야에 20%가량의
돈을 쓰고 있습니다.

이 20%를 요지부동인 것처럼 생각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좀 더 앞선 기술을 도입하면 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광주은행장 시절 다운사이징을 도입했더니 전산분야 지출이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남는 돈을 상품개발이나 인력교육 서비스강화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거죠. 경쟁력이 강화되는건 자연스러운것 아닙니까.

-다운사이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죠. 그리고 다운사우징를 하면
왜 돈이 적게 드는징도요.

<> 송회장 =기존 은행전산시스템은 중앙집중식이었습니다.

모든 정보가 중앙컴퓨터에 집중되는 시스템이죠. 그러다보니 정보축적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다른 기종을 연결해 사용할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앙컴퓨터가 IBM기종이라면 하부컴퓨터도 IBM만을 사용해야 하는
폐쇄적인 시스템입니다.

이에 반해 다운사이징시스템은 분산처리형입니다.

또 개방형이라 어떤 컴퓨터를 접속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형컴퓨터회사의 종속 다시말해 전산비용을 얼마만큼 쓰라는 "강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기존 대형 컴퓨터회사에서는 다운사이징도 한계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도입 그 자체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광주은앵에 이 시스템을 도입할때는 어떻습니까.

다운사이징을 도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

<> 송회장 =역시 어려움이 많았죠. 아주 많았어요.

내부에서도 다운사이징의 효과에 의구심을 가지는 직원도 있었고요.

특히 기존 대형컴퓨터회사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다운사이징이 옳다는 확신이 없었으면 아마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다운사이징에 대한 확신이 그렇게 강하다면 국민은행장 시절에는
왜 대형 IBM기종을 선호하셨습니까


<> 송회장 =시대에 따라 다른 것 아닙니까.

지금은 컴퓨터가 일반화됐지만 80년대초 만해도 아주 드문 편이었어요.

PC가 거의 없었던 때이니까요.

자연히 대형컴퓨터가 절대적이었죠. 반면 PC가 일반화돼 있고 전산의
효율화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다보니 분산처리형이 필요하게 된거죠.

-집중형이건 분산형이건 아무튼 성공한 전산화 경우를 한번 꼽아주시죠.

<> 송회장 =관세청과 전매청에 근무할 때는 그 곳에 메인 컴퓨터를
들여왔습니다.

79년 신용보증기금이사장으로 있을 때는 기업신용정보시스템을 구축했고요.

보험공사사장 시절엔 보험검사시스템을 완성했고 국민은행장시절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은행 전체업무를 전산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람있다고 느끼는 분야는 무엇인지요.

<> 송회장 =광주은행의 다운사이징 도입을 제외한다면 역시 국민은행의
전산화완성입니다.

당시엔 전국의 모든 점포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상태였죠.

또 보통예금등 극히 일부 업무만 전산처리됐지 나머지는 수작업에
의존했지요.

이를 한꺼번에 극복할 수있는 전산화를 구축해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혹시 생각하신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지요.

<> 송회장 =은행감독원장 시절 검사시스템의 전산화를 추진했는데 결국
실패로 끝났던게 가장 아쉽습니다.

-전산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컴퓨터란 용어를 국내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소리도 있던데요.

<> 송회장 =50년대 중반으로 기억됩니다.

관세청에 근무하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국제상품분류를 HS체제로 하고
있지만 그때는 BTN분류번호를 썼는데 우리말로 번역된 상품가운데
"전자계산조직"이라는 이상한 상품이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상품인지 원문을 계속 찾아가 보니까 "컴퓨터"란 상품용어가
나오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자계산 조직"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조.

그래서 61년부터 상품분류표에 컴퓨터라는 용어를 원어 그대로
등장시켰던 겁니다.

-제3세대 컴퓨터를 국내 처음 들여온 분도 송회장이라면서요.

<> 송회장 =처음 들여온건 아니고요.

관세국 조사계장 시절 경제기획원이 국내 처음으로 제3세대 컴퓨터인
IBM 360-40을 들여오는데 좀 거든 것 뿐입니다.

-대학때 조선공학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산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대단하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 송회장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아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경영에선 반드시 전산학과를 나와야만 전산을 할수 있다는
건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경영의 핵심은 바로 전산이 아닙니까.

그걸 다른 사람보다 미리 깨닫고 그에 대비하는 노력을 해온 것 뿐입니다.

-"전산은 기술이 아니라 사상이다"고까지 역설적으로 말씀하신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요.

<> 송회장 =전산에 대한 신념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전산이 무슨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해 미리 겁을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산화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바로 이것이다"는 식의 신념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좌절하고 말죠. 그리고 고스란히 경영의 실패로
이어지고요.

-최고경영자의 전산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씀인데요.

<> 송회장 =그렇습니다.

예컨대 다운사이징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경영진들의 무사안일한 사고방식입니다.

그저 "전산문제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탓이죠.

그래서 몇원 아끼기 위해서 메모지도 "이면지사용 운동"을 전개하면서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전산경비는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채 도장만
찍어대는 경영자가 많습니다.

그렇게해서는 안된다는게 제 경험칙입니다.

최고경영자가 전산을 알려는 노력도 하고 전산화를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얘기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송회장께서는 전산외에도 각종 아이디어맨으로 유명합니다.

예컨대 국민은행장시절 신용카드를 처음 선보인 것도 그렇고 또
광주은행장시절엔 IC카드나 레이디점포를 처음 선보여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지 않습니까.

<> 송회장 =사물을 깊이 관찰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깊이 관찰하면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지고 그러면 해결책도 나오는 것
아닙니까.

해결책이 찾아지지 않으면 여러가지 책을 읽어 해결책을 구합니다.

-15년이상 금융기관장으로 종사하신 경험에서 미뤄볼 때 국내 금융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 송회장 =한마디로 암담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금융개방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당초 스케줄대로라면 내년에 금융개방이 완료됩니다.

한발 앞선 외국은행들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전산화를 서두르는게 시급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국내은행들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입니다.

-역시 회장의 제일 관심사는 "전산"이군요.

<> 송회장 =당연하지요.

무한경쟁시대에서 은행들이 경영효율화를 꾀하기 위해선 "전산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담 = 유화선<산업1부장 부국장대우>]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