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서울시장이 학계,언론계,종교계등 각계 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신청사건립추진 시민위원회가 결정한 신청사 부지를 백지화한 것은 행정의
연속성을 무시한 처사이며 새로운 예산낭비를 초래할 것입니다"

최병렬전시장 당시 신청사를 현재의 청사부지로 선정한 시민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이광노서울대명예교수는 조시장의 신청사 건립 계획 재추진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신청사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청회등 시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다며 조시장이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신청사건립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지자제의 꽃인 시민여론을 무시한 처사라고 못마땅해했다.

다음은 이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조시장이 취임직후 신청사 건립계획을 전시성 사업이라 규정하고 백지화
했을때 시민위원회의 반응은.

"신청사 건립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에서 조시장의 백지화결정에 시민
위원들이 실망을 느꼈다.

한마디로 시장이 바뀔 때마다 업적을 쌓으려 행정의 연속성을 깨는 과거의
구태를 재연하고 시민여론을 우습게 본 처사이다.

신청사는 지난 80년대 초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계획됐다 후임시장에 의해
백지화된 사례가 5차례나 된다"

-조시장이 도쿄도청 방문을 방문하고는 신청사재건축 방안을 백지화
했는데.

"건축의 문외한인 조시장이 으리으리한 도쿄도청사를 보고 이같이 쉽사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청사 건립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시장의 일시적 감정에 의해
뒤집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시장이 현청사 부지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부지가 협소한데다 부도심
개발등 신청사 건립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서소문 대법원 청사를 포함한 현 청사부지는 서울시 공무원수나 행정수요
를 감안하면 1백년후를 생각해도 좁은 부지가 아니다.

서울은 서울역, 남대문등을 축으로 발전한 도시여서 도쿄같이 축이 없는
도시가 변두리 지역에 청사를 건립한 선례를 따르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도쿄도청사 건설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도쿄도 옛청사 자리에 재건축하는 방안을 확정지었다가 지난 79년 스즈끼
지사가 재건축안을 백지화하고 부도심인 신주꾸지역으로 청사부지를 결정한
후 오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건설됐다.

그러나 너무 거대한 구조물이어서 권위주의 건축이라는 비난도 끊임없이
일고 있다"

-조시장은 신청사 건립계획을 내년 3월까지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은가.

"공청회개최, 전문가자문등 지난번과 똑같은 절차를 밟아 결정되겠지만
결국은 현청사 재건축안쪽으로 결정될 것이다.

수도 서울의 상징적 건축물이 되려면 핵이 되는 장소에 위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재원확보를 위해서도 다른 대안이 없다.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 뻔한데 절차를 되풀이하는 것은 행정력과 자금,
시간등에 있어서 대단한 낭비다"

-동대문운동장등 다른 7개 후보지가 신청사부지로 부적절한 이유는.

"수차례의 공청회와 시민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인데 동대문운동장은
시유지지만 또 다른 체육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다른 후보지는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등 많은 문제가 있다.

도쿄도청사가 변두리인 신주꾸에 건설된 가장 큰 이유는 시유지여서 부지
매입의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청사건립 계획은 지난 92년 "서울정도 6백년 시민위원회"의 건의로
또다시 수면위에 올라 각종 연구기관의 타당성 조사와 시민공청회를 거쳐
지난 6월 서소문 대법원 부지를 연계한 현청사부지가 건립후보지로 결정
됐다.

<방형국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