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원장은 한국경제신문 창간 31주년을
맞아 로버트 아이스너 미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교수와 ''21세기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노스웨스턴대(일리노이주 에번스턴) 아이스너교수연구실에서 이뤄진 이
대담에서 그는 세계경제와의 조화속에서 한국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대담내용을 정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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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장희원장 =한국경제는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연
9%이고 실업률도 2%미만으로 줄고 있습니다.

일부 학계에서는 경제성장속도가 너무 급속하지 않은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거시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경제의 인플레이션은 5%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닌 것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아이스너교수 =거시경제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뭐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국내총생산(GDP)성장률입니다.

국방과 같은 비시장경제활동을 뺀 전반적 GDP의 측정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판단기준이어야 합니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취업률과 실업률입니다. 이 두지표는 생산 그 자체와
연관되어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높으면 성장의
발목을 잡고 경제효율을 무디게 합니다.

한국의 경우 2~3%정도가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을 몇%로 낮추라
는 것은 위험한 요구지만 어쨌든 인플레이션관리는 중요한 하나의 목표
입니다.

미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듣게 됩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유원장 =미국정부는 잠재성장률이나 최대성장률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가능합니까.

<> 아이스너교수 =잠재성장률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최적의
경제적발전수준이 정해진다고 하면 2.5%라든지 하는 잠재성장률이 존재
하겠지요.

그렇다면 모든 경제정책을 그것에 맞추어서 정하면 되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정확히 잠재성장률이 어떤 것인지는 알수 없다고 봅니다.

성장률을 얼마로 잡느냐 하는 것은 선택사항일뿐입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2.5%로 보고 추진하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

또 총수요를 고려한 정책에 대해서도 찬성합니다. 인적자원 연구개발 공공
사업등에 대한 투자는 최대성장률로 이어집니다.

금리를 높이면 민간분야가 고전을 겪게 되고 예산을 감축하면 공공사업부문
이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이런면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잘 해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 유원장 =연준리(FRB)는 GDP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등에 매우 민감한 것
같습니다.

최근 GDP성장률이 3~4%에 이를 것을 우려해 연방기금금리를 낮추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성장률이 낮아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아이스너교수 =금리를 가능한한 낮춰야 합니다. 일본중앙은행이 최근에
금리를 0.5%로 낮췄다는군요.

그들의 경제성장의 토대는 낮은 금리였습니다. 오랫동안 논의해 왔던
것인데 적절한 시기의 투자는 공공사업이나 민간사업에 효과를 발휘합니다.

금리를 낮추면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케인즈학파의 이론상
시장의 효율성은 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성장은 경기의 후퇴증세가 보일때마다 활발히 재투자를 한
결과입니다.

금리의 고정적인 틀은 없다고 봅니다. 가능한한 금리를 낮게 잡아 최대한의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 유원장 =금리는 단지 여러가지 요인중 하나입니다. 금리와 투자와의
민감한 관계의 예로 한국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자금시장에서 우대금리(Prime Rate)는 연 12%내지 13%이고 일반
대출금리는 18%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자금수요는 대단히 많습니다.

<> 아이스너교수 =인플레이션이 5%인점을 감안하면 높은 금리입니다.
실질금리가 7%정도 된다는 얘긴데 여전히 높은 금리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수 있습니다. 특히 거품경제가 붕괴될때
결국 투자의 급속한 위축이나 금융기관의 위기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게 큰 위험이고 문제입니다. 그런데 투자를 결정짓는 더 중요한
요소가 금리보다는 바로 경제성장률이라고 봅니다.

즉 성장률에 따라 자본을 투자해야 되니까요.

<> 유원장 =5~6%의 인플레이션에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상황에서 금리란 일종의 불가피한 시장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자금수요가 있을테니까요.

<> 아이스너교수 =그럴지도 모릅니다. 80년대 미국은 두자리 숫자의 금리를
경험했습니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20%이상일 때도 있었습니다. 최악이었고 모두가
불평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활황일때 높은 금리는 큰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같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정부가 급속하게 경제를 부추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9%의 성장률과 5%의 인플레이션이라면 통화공급을 적절히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통화공급을 14%에서 20%로 늘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산적자가 날 정도로 경제를 자극하지 말길 바랍니다.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측면에 대책을 세워야겠지요.

한국과 미국이 인적자원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능력을 최대한으로 증대시킬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곧 국가경쟁력증대로 이어집니다. 한국의 경우 특히 젊은 여성들
에게 충분한 능력제고의 유인책이나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같습니다.

<> 유원장 =그건 경제문화나 경제역사적인 이유인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
에서 여성노동력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매우 낮습니다.

전체 노동력의 30%정도니까요. 최근에 농업인구가 도시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WTO체제등으로 농업시장이 경쟁력이 없는데다 개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농인구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겠습니다.

<> 아이스너교수 =일본등지에서는 생산적인 분야로 노동력을 이동시키기
보다는 그들 소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정치적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이는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산업화역사에 있어 노동인구의 흐름은
어디에서나 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 유원장 =정보화 컴퓨터시대등 변화의 시기에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겠습니까.

<> 아이스너교수 =그러한 시대에 앞서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중요시해야 합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등으로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국민들이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유원장 =한국을 포함한 많은 개도국들은 대학이나 대학원의 첨단연구
시설이나 우수한 교수인력이 충분치 않아 미국등 선진국으로 젊은이들을
유학보내고 있는데 최근 선진국들은 기술보호주의를 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기술공과대학들은 최근 연구실을 해외유학생들에게 개방하지
않기까지 한답니다.

<> 아이스너교수 =그점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는 것같습니다. 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배운 것을 전파함으로써 향후 위협적인 경쟁상대가
나타날까 두려워서 입니다.

<> 유원장 =특히 일본은 오랫동안 그렇게 기술보호주의를 펴 왔습니다.
미국은 연구 개발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때
지적재산을 전파하고 있는 편입니다.

개도국들이 젊은이들을 유학보내는등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 일종의
대가지불이 아닐까요.

<> 아이스너교수 =무역은 냉혹한 경쟁입니다. 기술보호주의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입니다.

한국경제가 9%씩 성장하다가 기술발전으로 12%로 성장한다면 일본이 기술
자문을 해줄 턱이 없죠.

<> 유원장 =무역정책은 다른 전반적인 경제정책과 연관돼야 한다고 봅니다.
미정부 특히 무역대표부는 각각의 분야별로만 보고 다른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한국에는 무역흑자인데도 자몽 소시지등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이스너교수 =정치적 압력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의 자동차
업계나 농업분야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 부문에서 한국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것만은 미국시민들이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 유원장 =미국이 자국의 이익, 즉 전반적으로 적자를 내지말자는 정책
목표보다는 자유시장의 원리에 입각해 개방압력을 가한다는 뜻입니까.

<> 아이스너교수 =분명한 것은 미국정부가 정치적 이해집단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한국경제전체를 놓고 보지만 미국은 정치적 이해집단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의 개방으로 이익을 얻는 소수를 달래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개방이 미국과의 무역적자를 증가시키게 될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시장을 개방한다고 하면 결국 한국이 더 많은 미국차를 수입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돈을 수출한다는 뜻도 됩니다. 한국돈의 공급을 늘리고
원화가치를 낮추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이 더 많은 한국상품을 사게 되고 반대로 한국인들이
미국상품을 사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거시경제적으로 그러한 현상은 즉시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보다 싼 가격으로 차를 구입할 수 있고 한국의 자동차제조업자들은 더 분발
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도 일본과의 경쟁에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 유원장 =미무역대표부가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개방시키려 한다면 자유
시장원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한해에 자동차를 얼마만큼 사야 한다는등 목표수치를 제시하는 식으로
강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아이스너교수 =세련되지 못한 압력입니다. 사실 미국정부가 한국정부에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정부가 간여한다면 당연히 정치적인 압력이겠지요. 어떻게 대응할지는
한국의 선택일 따름입니다.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합니다. 대신 일본의 경우엔 좀
익숙한데 한예로 미국자동차제조업자들이 일본에 가 자신들의 차를 팔아줄
딜러를 구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도요타차를 파는 딜러들이 크라이슬러차 판매하기를 꺼린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상은 정부간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정부가 개입해 민간업자에게 시정을 권고하지 않는한 풀리지 않는 문제일
것입니다.

한국도 비슷한 경우라고 봅니다.

<> 유원장 =중국이 WTO에 가입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중국경제는 아직도 갈길이 많이 남아 있고 중앙정부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 경제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WTO는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정부의 간섭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제한조치에 구애받지 않고 가입할수 있다고 보십니까.

<> 아이스너교수 =중국의 WTO가입에 대해 미국이 어떤 정치적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습니다.

다만 미국정부가 중국정부의 변화에 놀라고 있으며 가입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10%를 넘는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거대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지리적으로 일본보다 가까워 중국이 잠재시장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 유원장 =한국정부의 입장도 중국이 WTO에 가입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급속하게 성장하여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데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된다면 WTO내에서 어느 국가가 중국의 고삐를 잡을수
있겠습니까.

<> 아이스너교수 =반대로 과연 미국의 고삐는 누가 잡겠습니까. 대국의
위협에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작더라도 한나라의 경제가 튼튼해지면 됩니다.

한국경제가 강력해진다면 그땐 누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 유원장 =미국은 언제나 보편적인 가치들, 즉 민주주의 자유 자본주의적
공정무역등을 견지해 왔지 않았습니까.

중국은 공산당 1당체제하에 통제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장관행은 국제
관행과 어긋날때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땐 누가 중국을 길들이겠습니까.

<> 아이스너교수 =그럴땐 한국을 포함한 가입국들이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
해야 합니다.

말로해서 안될 땐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중국이 30% 관세벽을 쌓아
한국에 피해를 끼친다고 한국도 30%의 관세벽을 쌓아서는 안됩니다.

중국이 공정무역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어쩔수 없이 피해를 입는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중국의 경제체제는 공산당이 통제하고 있지만 잘 안되는 것같습니다.
중국의 갑작스런 경제성장이 상해 광동과 같은 잘 통제되지 않은 개방도시
에서 달성됐으니 말입니다.

<> 유원장 =중국이 국제적인 규칙과 규약을 준수할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중국이 세계경제의 1인자가 된다면 걱정스럽지 않겠습니까.

<> 아이스너교수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게 행동할지 큰 관심사이긴
합니다.

중국의 성장은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또 중국은
스스로 국제적규약을 준수하여 변화를 추구해 번영하고자 할 것이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현체제가 와해돼 중국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면 세계질서에
심각한 변화가 올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다른 개도국들은 수입이 늘어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데 현재 중국이
흑자를 보이고 있는 점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정치적인 안정이 경제에
반영된다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중국투자를 늘리는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 정리=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