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D고과를 받은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부당한 대우가 아직 많다"

삼성데이터시스템(SDS) 남궁석 사장의 집무실에 있는 PC엔 매일 이같은
내용의 애로사항이 전자우편을 통해 배달된다.

물론 일반 사원으로부터 온 편지들이다.

PC통신의 공식 명칭은 "열린 마당". 사장과 사원들간의 전용통신망이며
일종의 핫라인이다.

SDS 4천5백여명의 사원 모두가 핫라인 접속을 위한 비밀번호를 갖고 있다.

당사자외에는 비밀번호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사장과 해당 사원외에는 누구도 이 내용을 열람할 수 없게 돼 있다.

"열린마당"을 통해 제안되는 내용은 다양하다.

"불평"도 있고 "건의"도 있다.

최근엔 사회봉사활동을 제안하는 내용도 있었다.

"기술교류의 문제점" "여사원들의 불만사항"등 직원들이 겪고 있는 솔직한
애로사항이 아무런 여과없이 사장실로 전달된다.

남궁석사장의 해결책도 독특하다.

받은 편지에 대해선 일일이 해당 사원에게 장문의 편지를 띄운다.

답변중 일부는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비공개가 원칙이다.

"독서에 관하여"란 제목의 컬럼에선 젊은 시절 자신의 독서습관을 진솔히
얘기했고 최근 인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감상은 "인도의 향기"에 실었다.

"미인열전"에서는 한국적 미인의 개념에 대해 나름의 철학을 피력하기도
했다.

"조직이 방대해지면 자연히 상하간 의사소통은 소홀해지기 쉽다. 더구나
최고경영자와는 아무래도 솔직한 대화를 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서신을 통해서라면 문제가 다르다. 보다 쉽게 마음을 열수 있다.

사장도 마찬가지다. 글로 쓰다보면 사물이 새롭게 보이는 법이다."

남궁석 사장의 "PC통신 경영"에 대한 변이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