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향한 은행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대부분 은행들이 2000년을 전후한 "중.장기경영계획"을 수립했다.

신한 국민은행등은 외국의 전문 경영컨설팅회사로부터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상업 서울은행등은 군살빼기와 자산건전성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보람 하나은행등은 획기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모두가 2000년대를 선점하려는 몸짓들이다.

은행들이 수립한 장기경영계획은 은행별로 약간 다르다.

보람은행이나 평화은행은 전문은행을 지향한다.

반면 대형 시중은행들은 덩치를 더욱 키워 세계적인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은행들이 그리는 신세기은행상은 몇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의 완성" "매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글로벌뱅킹체제의
구축"이 그것이다.

종합금융그룹완성경쟁은 벌써 시작됐다.

조흥 제일 한일 국민 신한은행등은 종합금융그룹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다른 은행들도 "<><>금융그룹"이란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이란 말그대로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등 모든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그룹이다.

한 그룹에서 모든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이른바 "토털금융서비스"를 제공
하겠다는게 은행들의 구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는 은행 증권 보험간 업무영역장벽(파이어월)이 엄존
하고 있다.

은행에서 증권사업무를 직접 취급하는건 극히 제한적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게 바로 자회사설립이다.

은행들이 벌써부터 연구소 할부금융회사등을 설립하고 증권회사 보험회사의
인수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들이 추구하는 두번째 신세기은행상은 대형화다.

다른 은행을 인수하든지, 아니면 계수확대에 주력해 세계 1백대은행에
당당히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조흥은행은 자기자본을 20조원으로 늘려 30대은행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상업은행도 2001년엔 <>총자산 90조원 <>총수신 60조원 <>자기자본 8조원
으로 세계 50대은행에 끼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한일은행과 제일은행도 각각 세계 20대와 50대은행에 이름을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런 계획은 "한여름밤의 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해말현재 자기자본기준 1백대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은 하나도 없다.

자기자본이 27억4천7백만달러로 가장 많다는 제일은행이 고작해야 1백18위
이다.

아무리 증자와 이익금의 내부유보를 많이 한다해도 외형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은행들이 추진하는게 매수합병(M&A)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미국의 머린내셔널은행(MNB)을 인수, M&A의 테이프를
끊었다.

다른 은행들도 해외은행뿐만 아니라 국내은행들을 적극 인수, 최단기간에
대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이 글로벌뱅킹체제의 구축이다.

해외업무를 국내업무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말그대로 세계화은행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은행들은 이를위해 파생금융상품개발등 선진금융상품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해외 주요거점을 연결하는 글로벌데스크구축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보람 하나 평화은행등 후발은행들은 전문은행으로 방향을 정립
하고 있다.

외형확대경쟁엔 한계가 있는 만큼 특정분야를 특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자칫하면 그럴듯한 캐치프레이즈의 나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려면 계획에 걸맞는 실천이 필수적이다.

은행들이 앞으로 계획을 착실히 수행하느냐에 따라 세계적은행으로 도약
하느냐, 아니면 쇠락의 길을 걷느냐가 결정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렇게 보면 은행들에 21세기는 벌써 시작된 셈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