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 유명기업을 내년부터 국내증시에 상장시키고 투신업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의
세계화및 선진화가 급속도로 진전될 전망이다.

외국회사에 한국자본이 유입될 뿐 아니라 증시라는 장을 통해 한국기업과
동등하게 평가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 포철이 뉴욕증시에 상장되는등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이어 외국기업도 국내에 진출,증시의 국제화를 한걸음 더 진전시켰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와함께 증권산업 개편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투신업의 경우 외국회사
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결국 정부의 이번 발표로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경쟁하의 자유화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셈이다.

국내 증권관계자들은 외국기업이 상장될 경우 국내기업및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소니사가 한국증시에 상장될 경우 삼성전자 엘지전자등
관련업종의 주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본증시에서 소니사 주가가 움직이면 시차없이 한국증시의 소니사
주가도 영향을 받고 이는 2차적으로 한국의 동종업체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특히 국제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외국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복수시장에서의 가격차를 노린 차액거래( Arbitrage )를 크게 늘릴
것이므로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는 국제시장과 동조관계에 놓이게 된다.

증시풍토와 투자자들의 투자패턴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동경지사에서 7년간 일했던 대우증권의 손복조 기획실장은 "일본의 경우
현재 약89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상장 거래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국제
주가와의 관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업변동 상황에 대한 공시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외국기업들이 상륙함에
따라 공시관행도 어느정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과학적인 기법이나 정보없이 투자하기가 어려워질 것이어서
간접투자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 증시의 기관화장세가 가속될 개연성이
있다.

이와관련, 대형 증권사들은 국내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체들에 대한
정보의 확보를 위해 국제조사파트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장되지 않은 국내 우량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기업의
상장이 허용됨에 따라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일수 있다.

게다가 일본에 들어와 있던 외국기업들의 상장포기 사례가 적지 않아
국내증시에 상장될 외국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의문도 함께 나오고
있다.

증권계는 한국시장에 제품판매를 계획하거나 소비자들의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거대기업들을 주된 상장 대상업체로 보고 있다.

즉 자사제품과 소비자를 가깝게 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일본의 전자.통신업체나 미국의 자동차.전자.컴퓨터업체들,
그리고 담배회사 유통업체등이 상장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투신업계는 이번 시장개방 발표가 블루 프린트(금융자율화및
시장개방 계획)에 의한 것으로 이미 예견하던 것이어서 큰 동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신설투신사들과 함께 외국사와도 겨뤄야 되기때문에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로 투신업도 명실상부한 국제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호주의원칙에 따라 사무소만 개설해 놓고 해외영업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정규재.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