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은 10일 김대통령이 차기대권후보에 대해 "놀랄 정도의 세대교체가
이뤄질것"이라고 밝히자 발언배경과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세대교체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이
면서도 김대통령이 염두에 두고있는 차기대권후보가 누구인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당내 중진인사들과 소장파인사들간에는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차기대권주자 자격론을 가끔 밝혀온 최형우의원측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언급을 회피하면서 "대권에 관한한 어떤 생각도 갖고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또 이한동국회부의장측도 침묵속에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당내외에서 김대통령이 제시한 후보기준에 부합하는 인물로는 개혁성과
세대교체의 이미지를 갖춘 김덕룡 강삼재 서청원의원과 이인제경기도지사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40대이면서 행정경험을 함께 갖춘 이인제지사의 경우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가장 많은 시선을 받고있다.

그러나 강삼재사무총장은 "대통령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
면서 "원칙론내지 당위론으로 본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고, 이인제
지사 역시 "평소 해오던 주장이 아니냐"면서 "양김을 겨냥한 것"이라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지사는 "대통령의 말씀에는 중진견제의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
하면서 그다지 싫지는 않다는 표정이다.

야권은 김대통령이 차기대권후보문제를 거론한데 대해 일제히 한
목소리로 비난공세를 펴고 나섰다.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등 야3당은 한결같이 "차기대권은 투표를 통해
국민이 결정해야할 일"이라며 대통령이 대권후보자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김대통령의 발언이 김대중.김종필총재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국민회의 박지원대변인은 "아직도 2년3개월이나 남은 대통령선거를 준비
하기 위해 대통령후보선정까지 언급하면서 서둘러서야 나라꼴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대변인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결정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 대통령
이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이규택대변인은 "차기대권후보문제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김대통령이 이를 스스로 파기하고 이시기에 느닷없이 이런발언을 해 정치권
에 파장을 일으키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대통령후보는 최소한
1~2년간 공개 검증절차를 거친뒤 투표라는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안성열대변인은 "대통령후보를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결정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절대왕조시대의 전제군주식 발언"이라며 "한마디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김삼규.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