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제가 시행 100일을 맞았다.

지역이기주의등 부작용도 노출됐으나 지역경제 활성화, 행정개혁, 대민
서비스향상, 권위주의타파와 국제교류강화등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
를 거두고 있다.

이와함께 지자체 주민들도 더 살기좋은 고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등
지자제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00일을 맞은 자치단체의 달라진 모습과 활동을 점검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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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청엔 담이 없다.

본격적인 자치시대를 맞아 지난날의 권위주의를 해소하고 "민관불이"로
하나가 돼 지역발전에 이정표를 마련하고자 지난 8월 주민과 관청을
가로막은 두께 20cm높이 2.2m의 벽을 허물어 버린 것이다.

대신 그 자리엔 주민들이 언제나 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수 있도록
벤치와 녹지대 나무숲이 들어섰다.

"벽허물기를 계기로 구청과 주민간 마음의 벽을 헐어내 진정한 자치시대를
이뤄나가겠다"

그동안 민과 관을 가로막은 두터운 벽을 허물어버린 김두기영등포구청장의
말이다.

낡은 권위주의에 사로잡혀있던 자치단체가 지자제 실시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주민들이 관청을 찾는 문턱을 낮출 뿐아니라 주민을 찾아나서며 대민봉사
를 강화하고 있다.

이뿐아니다.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려 자치단체장 스스로 세일즈맨을 자처하는가 하면
민간기업의 경영마인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지자제가 100일째에 접어들면서 자치단체장들은 이미 세일즈맨이 다됐다.

지역특산물의 수출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달려간다는게 그들의
좌우명이며 민간기업의 인재를 영입,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골몰하고
있다.

최근만해도 서울시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인조모피 가방 넥타이
스포츠웨어등 10개 업체로 구성된 유럽시장개척단을 구성, 프랑크푸르트
바르샤바 부쿠레슈티 류블랴나등 4개 도시에서 상품전시회를 가졌다.

같은기간 경기도도 아테네 카이로 이스탄불 제다등 4개 도시에서 시계
문구등 13개 제조업체로 구성된 중동시장개척단을 보내 수출상담을 벌였다.

이에앞서 강원도가 지난달 13일부터 12일동안 모스크바 헬싱키등 4개
도시에서 상품전시회를 갖는등 지자제실시이후 모두 7개 지자체에서 83개
업체가 세계시장을 누볐다.

이들이 거둬들인 실적은 수출상담 8억3,000만달러, 수출계약 5,800만달러
이다.

특히 문희갑대구시장은 스키복 자동차부품등 16개 업종의 업체대표들과
함께 파리 베를린 취리히등을 돌며 수출상담을 직접 벌였다.

또 전남의 허경만도지사는 민관합동의 제3섹터방식을 도입한 수출전담
회사를 올해안에 설립, 지역특산물의 수출촉진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함께 과거 임명직 단체장시절엔 꿈도 꾸지 못했던 재정확보를 위한
수익사업도 지자제의 실시와 함께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관악구가 낙후된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주민편의를 향상하기
위해 오는 98년까지 서울대앞 녹지에 "컨벤션호텔"과 주민숙원사업인
종합병원을 유치하는 사업을 벌이는등 자치구와 산하 지방공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사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와함께 <>부산은 기장군개발및 경마장유치계획 <>대구 지방채발행, 사회
간접자본 확충계획 <>인천 시민위락시설개발, 주택공급계획 <>대전 온천수
개발, 휴식공간조성 <>경기도 위락단지개발등 대단위 수익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치단체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민서비스도 향상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청(구청장 진영호)은 승합차량을 이용, "이동구청장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구청들이 지하철역등에서 휴무민원실을 개설,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해주고 있다.

또 서울 동작구는 지난 추석명절때 구청차량을 동원, 전국 8개노선 20개
도시에 귀향객들을 수송했으며 충북 음성군은 귀향차량으로 주차난을 겪을
것을 감안, 관내 공공기관등에 100~500여대 규모의 임시주차장을 마련키도
했다.

또 자치단체들의 지역광고가 크게 늘어난 것도 두드러진 변화이다.

우선 경북 문경시는 각 라디오방송에 "내고장 사과 판촉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전남도는 도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광고를 TV를 통해 전국에 내보낼
계획이다.

제주도는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LG애드를 통해 해외
옥외광고를 시작했으며 강원도도 미국 LA 시카고 뉴욕, 태국 방콕, 중국
연변, 일본 도쿄 후쿠오카등지에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광고를 모색하고
있다.

민선단체장들이 들어서면서 국제교류도 다양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카고무역사무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 5일엔 조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북경에서 "서울문화무역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조시장은 이에앞서 지난 3일 아오시마 유키오(청도행남) 도쿄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서울 도쿄 북경등 동북아지역 10개 주요 도시의 시장 지사가
참가하는 "제1회 동북아 시장.지사회의"를 서울서 개최, 이를 계기로 동북아
주요도시간 상설협력기구를 창설하는 방안을 밝혔다.

또 경남도(도지사 김혁규)는 최근 미국 일본 프랑스등지에 해외무역관을
설치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부산시는 베트남 호치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이달말 베트남
상공인을 대거 초청, 부산특산품전을 기획하고 있으며 전북 경북 강원
제주도등은 해외무역관의 전단계인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위한 필드스터디에
나섰다.

이같이 민원업무만 처리하던 과거 임명직 단체장들과 달리 민선단체장들은
스스로 업무를 발굴하고 기획하는등 일을 찾아 하면서 이들의 업무스타일과
위상에 커다란 변화가 왔다.

단체장을 보는 주민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단순히 부하들의 결재서류와 서면보고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의
현장을 찾아다니고 현장 목소리를 얼마나 파악하느냐가 중시되고 있다.

이러면서 단체장에 대한 평가방법에 있어서도 정치적 배경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단체장의 업무능력에 평가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바야흐로 열심히 자치단체 주민을 위한 업무를 발굴해내고 그 일을 무리
없이 추진해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 방형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