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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수상]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선우중호 서울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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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직에 오래 있다보면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일과 연구하는 일 이외에
    또하나 과제아닌 과제가 있다.

    제자들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는 일이 그것이다.

    아마 스승이 주례를 선다는 것이 결혼당사자에게는 남보기에 모양이 좋은
    것도 있으려니와 교수직에 있는 분들이 대개 평생을 큰 풍파없이 충실한
    가정생활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주례를 자주 서지는 않는 편이나 결혼에 좋은 계절이면 매 주말을
    20~30분때문에 아무런 계획을 잡을수 없어 제자들의 요청을 야박스럽게
    거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더구나 결혼 계절이 되면 대개 고만한 또래의 제자들이 계속하여 결혼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주례사도 몇가지가 준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나는 어느 경우에도 한가지 부탁은 꼭 한다.

    즉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이를 실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를 강조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사회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표를 점점 잃어
    버려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는 부모 형제를 비롯한 온가족이 함께 화목하게 살아가야 하며
    경제적인 차이가 있는 이웃들에게는 서로 도와가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삶을
    영위할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는 국가간의 평화가
    유지되며 참된 삶을 가질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사회는 공동의 선을 찾아 모두가 잘 살아야겠다는
    의식보다는 자기만이 남보다 앞서가야 되고 옆의 이웃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여지고 있음을 볼때 마음 한구석에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다른 사람의 자동차는 어떻게 되든지간에 자기 차가 먼저 가야겠다는
    교통혼잡, 다른 자식은 어떻게 되든지 자기자식이 잘되면 그만이라는 치마
    바람,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바가지요금,각종 부정부패등 이루 헤아릴수
    없는 각종 부조리등이 모두 세상을 더불어 같이 살아가야겠다는 의식의
    결여에서 생기는 일이라 하겠다.

    우리가 혼자서는 사회생활을 할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수 있는 평범한
    진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책임이 남에게 있지 않고 자기 스스로에게
    있다고 인식될때 우리사회는 선진국형의 사회로 지향될수 있으리라 생각
    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할 것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기 주장을 펴기 이전에 다른사람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일이다.

    오래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70년대초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대학
    에서는 반전데모가 최절정에 달하였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당시 대학원학생으로 수학하고 있었는바, 어느날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교실옆을 데모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시끄럽게 강의를 방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강의를 듣던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거세어지면서
    데모학생과 수강학생간의 설전이 벌어졌고 결국 데모학생이 사과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져 강의는 계속될수 있었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아직 생생하기만 한 이유는 철저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그들의
    의식 때문이다.

    물론 수적으로나 전체 정서로 보아 데모학생이 우세하였던 것은 당연하다.

    소수의 의견이라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을 보았을때 그당시 나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이제 우리사회도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달하는 선진국형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 의식수준은 1,000달러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이웃이 있어야 우리도 살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할때
    보다 더 높은 질의 삶을 영위할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는데 힘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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