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S등 고객서비스를 강화한 국내PC제조업체들을 여전히 고민스럽게
만드는 일이 있다.

컴퓨터보급은 날이 갈수록 늘고 정보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PC의 기초를 모르는 일반소비자들은 PC보급만큼 늘어
고객상담실의 전화를 "항상 통화중"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고객상담내용중 70~80%정도는 기계적결함보다는 기초적인 사항에 대한
사용자들의 무지로 인해 비롯된다.

모니터와 PC본체의 연결선이 빠졌거나 전원코드를 콘센트에 꼽지않고
"PC가 고장났다"고 전화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설명이다.

컴퓨터키보드의 제일 왼쪽 위에는 "Esc"라는 글자쇠가 있다.

이 키는 "Escape"라는 키의 약자로 각종 응용프로그램의 실행을
종료하거나 사용자들이 내린 명령을 취소시킬 때 사용한다.

고객상담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때 상담자들은 우선 소비자에게
"에스케이프 키를 누르십시요"라고 얘기한다.

대부분은 이 키를 찾지 못한다.

한참 이키 저키를 누르던 사용자에게 "Esc를 누르세요"라고 말하면
이번에는 "E" "S" "C"를 자판에서 따로 따로 입력하고는 역시 PC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우긴다.

아직까지 이같은 수준의 소비자들이 전체 PC사용자들의 90%이상일
것이라고 관련업계에서는 추정한다.

최근 국내PC업체들은 원격AS소프트웨어지원 자동응답AS시스템 가동등
AS분야에서 최첨단 기법을 도입하고 "이제는 완벽한 고객AS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같은 첨단AS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용자들의 수가
10%미만이라는데 있다.

또 원격AS시스템에 맞게 자신의 PC를 전화선과 연결하고 그 지시에 따라
PC를 손볼 수 있다면 그같은 소프트웨어의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첨단기법의 도입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이테크로부터 소외받는 대중이 그만큼 더 생겨나기 때문이다.

AS분야는 더욱 그렇다.

PC제조업체들의 첨단AS시스템 도입이 상대적으로 방문AS인력과 전통적인
AS지원요소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면 대다수 일반사용자들로부터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김승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