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꽃잎"(장선우감독 미라신코리아제작)
촬영이 1-3일 광주 금남로에서 진행됐다.

이번 촬영은 극중 10분 남짓한 80년 "그날"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연하기
위한 것.

제작진은 전남도청에서 광주은행본점까지 금남로1-4가의 교통을 전면
차단한 가운데 모형장갑차 3대와 군용트럭 2대, 버스 6대,모형헬기 1대등
막대한 장비를 동원했다.

또 시민자원자 500명과 5.18유족단체회원 200명, 광주상고.여상학생
2,200명,남총련소속 대학생 300명등 총 5,000여명을 엑스트라로
등장시켜 한국영화사상 최대의 군중신을 연출했다.

첫 촬영은 성난 시위대가 도청앞으로 몰려가는 장면. 장갑차위에 올라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던 청년이 총격을 받고 쓰러지자 금남로
일대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형 크레인카메라,스태디캠등 3대의 카메라가 시위대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소녀"(이정현분)의 오빠가 사망하는 장면과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엄마를 뒤에 두고 도망가는 소녀의 모습등을 담았다.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된 첫날 촬영은 참가인원이 워낙 많고
연도에서 구경하는 시민들이 자꾸 고개를 들이밀어 몇번씩 NG가 났으나
운동권 사회자로 잘 알려진 배우 박철민씨와 100여명의 진행요원들이
상황을 통제함에 따라 차츰 질서가 잡혀갔다.

오후가 되면서 군중들이 지친 모습을 보이자 주연배우 문성근이 발전차
위로 올라가 마이크로 "힘들지만 그날의 정신으로 광주의 참모습을
되살리자"고 외쳐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휴식시간에는 "꽃잎"주제가와 "5월가""진군가"등이 확성기에서 울려
퍼졌으며 시민들이 타다 남은 폐타이어에 기름을 부어 화염장면을
실감나게 연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영화"꽃잎"은 5.18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영혼에 대한
"씻김굿"을 시도하는 휴먼드라마.

80년 광주관련 유인물을 배포하다 복역했던 장선우감독은 모니터로
화면을 최종점검한뒤 "당시의 현장감이 느껴진다"며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에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만족해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