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 한양대교수 / 무역학 >

신도시 추가건설 얘기로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면서 정부는 지난달 부동산
시장안정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최근 아파트의 경우 지방위주이긴 하나 미분양가구수가 15만가구를 넘고
토지도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는등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 투기열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은 어느때 보다 높게
여겨진다.

첫째 7-8년 주기의 부동산 경기순환상 이제 상승국면에 접어들 시점에
이르렀다.

최근 전자 기계 철강등의 경기호황이 지속돼 공장용지등 실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 올들어 지자제가 본격 실시돼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 있고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에 힘입어 준농림지등 일부 토지는 실수요자 위주로
규제완화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CP CD거래차익과세등 금융실명제 후속대책으로 부동자금이 주식및
부동산 시장에 몰릴 개여성이 높다.

끝으로 양도소득세등이 완화돼 부동산 거래가 촉진될 가능성이 있고
미분양 아파트가 많다고는 하나 수도권 지역은 아직 주택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부동산정책이 정비돼 온 터에 실명제실시, 토지전산망 가동등으로
과거처럼 투기가 재연될 리는 없는 듯하다.

다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사전에
쐐기를 박는 정책의 필요성에서 이번 대책이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부동산 시장은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인 침체
국면을 지속시켜도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부동산도 주식 채권 예금처럼 건전한 투자자산의 한 종류로서 투자의 대상
이 돼야 한다.

부동산의 가치란 결국 해당 부동산에서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생산물 혹은
서비스의 현재가치이다.

경제성장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해당 부동산 가격도
어느정도 올라야 시장경제가 원활히 작동된다.

이런 점에서 실물경제의 성장이 지속되도록 부동산 시장 역시 정상적인
시장경제 체제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즉 투기는 막되 정상적인 투자는 활성화시키고 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몇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부동산 거래때는 전산망을 통해 실거래가격을 물건별로 기록, 조세
행정에 활용해야 한다.

매수자는 매입한 부동산을 팔 경우 자신이 신고한 매수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므로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할 요인이
존재치 않게 된다.

매도자도 역시 금융 부동산 실명제 실시로 거래가격이 그대로 신고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세행정이 투명해져 투기요인이 사라지게 되고 부동산 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다.

둘째 양도소득세 감면조항을 대폭 줄여야 한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서 부동산 거래때 발생되는 양도소득세
에는 무조건 세금을 물려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고 과열되면 강화하는
조령모개식 정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다만 1가구 1주택의 경우 새로 산 주택가격이 처분한 주택값을 초과할
경우에 한해 양도소득세의 과세시점을 다음번 양도때까지 연기해줄 필요는
있다.

셋째 부동산 투자신탁증권 혹은 부동산 투자기금을 설치해 부동산 시장을
자본시장과 연계함으로써 건전한 부동산 투자상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이 경우 개발정보에 의한 가치상승을 노린 투기성 거래보다 토지로부터의
수익성을 추구하는 건전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끝으로 주택공급규칙을 대폭 손질,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에서조차 소형주택 건립비율을 경직적으로 적용한 결과 수많은 미분양
이 나타났다.

가구당 건축비용을 5천만원만 잡아도 미분양에 따른 비효율성은 7조
5천억원이나 된다.

이제는 국민소득도 상당히 높아져 주거욕구도 고급화 다기능화 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동주택 공급가격을 제한하고 18평이하 40%, 25.7평이하
40%식으로 평형별 물량까지 규제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 주거복지를 높이기 위해선 주택시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야 주택건설업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집을 공급할 것이고 부실
주택도 짓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