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간 자동차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6월초 유럽연합(EU)의 통상
담당 최고 실력자인 리어 브리튼집행위원은 도쿄로 날아갔다.

그리고 3일만에 일본자동차 시장의 기술적 장벽을 해소하고 브뤼셀로
돌아왔다.

미.일 자동차분쟁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은 때였다.

대만총통의 미국방문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간에 난기류가 흐르자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국 자동차업계를 제치고 합작권을 따냈다.

그직전 EU는 중국과의 유대강화를 골자로하는 청사진을 발표했었다.

지난 7월에는 한국과 일본등을 세력권으로 규합,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자간 금융서비스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이같은 결정에 미국측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얘기가 브뤼셀외교가에
나돌고 있으나 속사정이야 어떻든 EU의 외교적 승리임에는 틀림없다.

공격적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미국의 통상외교에 비해 EU는 소리없이 선물
꾸러미를 챙기는 실리외교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재주는 미국이 넘고 돈은 EU가 벌어들이는 격이다.

이런 EU가 한국과 미국간에 자동차협상이 타결되기전부터 실리를 차지하기
위해 은밀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 20일 유럽의회는 "제3국 자동차시장의 수입장벽을 파악,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라"고 집행위에 촉구한후 특히 한국자동차시장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환기시켰다.

르노 피아트등 중소형차 생산업체들은 EU집행위를 방문, 한국차의 수입
규제를 건의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유럽언론들은 이달들어 한국차의
판매급신장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폭풍전야"란 한국측 통상관계자의 우려처럼 한미자동차협상을 틈타 EU측의
움직임도 빨라지는듯한 분위기다.

유럽의 노련한 통상외교술을 유의깊게 관측, 대응해야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