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릉은 바로 어릴 때 잃어버린 진사은의 딸 영련이었다.

풍연이라는 자가 영련을 뚜쟁이한테서 사서 아내로 맞이하려고
하였는데, 뚜쟁이가 영련을 설반에게도 이중으로 팔아먹는 바람에 풍연과
설반 사이에 싸움이 붙고 결국 풍연이 설반에게 맞아 죽는 사건까지
벌어졌던 것이었다.

그 때 가우촌이 그 사건을 설반에게 유리하도록 처리해주고 영국부의
권세에 힘입어 지금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설반의 행실에 대해 같이 흉을 보는 사이에 가련과 희봉은 다시
마음이 풀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가련은 희봉을 가까이 오도록 해서 어깨를 쓰다듬고 젖가슴을 만져보고
허벅지를 더듬어보면서,희봉을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정다운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가련의 손길이 오랜만에 몸 구석구석에 닿자 희봉은 온 몸에 쥐가
나는듯 찌릿찌릿하여 저절로 가는 신음소리가 나왔다.

"아어, 아어, 저도 서방님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희봉이 슬그머니 손을 뻗어 가련의 사타구니 물건을 쥐어
보았다.

그것은 이미 불끈 힘이 솟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너무 애무하면 오늘 밤 방사가 어려워질 것이므로
조금 만져보다가 그만두었다.

그렇게 희봉이 가련의 사타구니에서 손을 뗀 것이 다행이었다.

바로 그 때 가련의 유모 조노파가 주책맞게 기척도 내지않고 방문을
와락 열고는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선 것이었다.

"아이구, 내가 잘못 들어왔네. 아들이 돌아왔다길래 반가운 마음에"

"네.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에요? 저 가련이 무사히 돌아왔어요.
들어오셔서 술을 드시지요"

가련과 희봉이 비켜 앉으며 조노파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려 하였다.

그러나 조노파는 한사코 사양하며 멀찌감치 앉았다.

할 수 없이 가련은 평아로 하여금 거기에 상을 차리도록 해서 안주
두 쟁반과 술병을 갖다 드렸다.

"어머님, 이 술은요, 제가 소주에서 가져온 혜천주예요. 회춘의 은혜를
베푸는 술이라니까 어머님 많이 드시고 회춘하세요"

"아이구, 내가 무슨 회춘? 염라대왕님이 빨리 데려가는 은혜나 베풀어
주셨으면 좋겠네"

조노파가 돼지고기 안주를 몇개 남은 이빨로 베어 물고 오물거리며
히죽 웃었다.

그러면서 성친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황제 폐하의 은총이 지극하시지. 후비가 되신 우리 원춘 아씨, 아니
현덕비더러 친정집으로 가서 식구들을 만나보도록 허락을 해주셨다는군.
이런은총이 어디 있나.

이제 온 집안이 현덕비 성친 준비로 바쁘게 되었어"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