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 대우등 완성차업체들에 "대형차 판매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지난15일 배기량 2천 이상 차량에 대한 특소세 인하조치와
자동차세 인하의영향으로 국산 대형차 판매가 벌써부터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산 대형차의 간판격인 현대 그랜저의 경우 특소세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평균 1백42대(2.0포함)가 계약됐으나 요즘들어서는 1백20대선을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랜저시리즈중 판매량이 가장 높은 그랜저2.5의 경우 8월중 하루평균
51대 계약되던 것이 특소세발표이후에는 45대 정도로떨어졌다.

기아의 포텐샤는 하루 평균 3대에서 2대로 대우의 아카디아는 6대에서
5대로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산 대형차 판매가 이처럼 줄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수요자들의 상당수가 내년1월까지 기다려 보겠다며 계약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1월되면최고 3백43만원이나 싸게 살수 있는데 굳이 지금 구입할
필요가 없어서다.

그러니까 실수요자들이 "대기수요"자로 바뀐 셈이다.

이 중에는 차종을 국산차에서 아예 외제차로 바꾸려는 고객들도 포함돼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완성차업체들은 "특소세인하가 대형차 판매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현대자동차 홍두표전무)는 반응이다.

그랜저 3.0이상 차량의 경우 백오더(주문을 받고도 생산능력이 모자라
예약대기 상태인 물량)가 20일이나 밀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차 수요가 급증하는 오는 11월 하순부터는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입업체들은 정부의 특소세 인하조치이후 인하분을 미리
판매가에 반영, 인하된 가격에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다.

수입업체가 마진폭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우성유통이 크라이슬러 비젼(3천5백 )을 특소세 인하가격에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동부산업(푸조)삼환까뮤(시트로앵)인치케이프코리아(GM)등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어떤가.

마진폭이 수입업체들에 비해 적은데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발빠른
"변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들이다.

게다가 대형차들의 매출비중이 중소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할만한 상황에 처해 있지도 않았다는 반응이다.

공룡조직이다보니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그만큼 늦다는 얘기다.

현대는 대형차 수요가 감소하는 11월말부터 연말까지 출고량을 대폭
줄이고 특소세와 자동차세 인하가 시행되는 내년1월께는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수급조절을 통해 맞서겠다는 셈이다.

기아는 "특소세 인하분을 다음달부터 판매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중"
기아자동차 L이사)이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대응전략은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현재의 "기대수요"중에는 국산대형차에서 수입차로 전환하는 고객들도
많을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이다.

특소세와 자동차세 인하폭은 대형 수입차일수록 크기 때문에 "이탈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응방안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의 김홍주승용마켓팅부장은 "대형자동차시장의 세제 변화로
보유차종을 상향이동하려는 수요자들이 부쩍 늘어날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추세가 드러나는 내년초부터 대응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