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하나로 2개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가전상품이 잇달아 출현하고
있다.

가전제품 개발이 "쉬운 조작"을 넘어 "다양한 기능"으로 나가고 있는 것.
"이지(Easy) 가전"이 제품개발의 횡축이라면 "복합화"는 종축인 셈이다.

복합상품의 선두주자는 TV.TV에 반도체 칩을 내장해 노래방 기능까지
수행하는 노래방 TV가 등장했는가 하면 비디오CD와 간단한 CD-I까지 지원이
가능한 복합성격의 TV도 선보였다.

단순한 화상정보뿐만이 아니다.

LG 삼성 대우등 가전사는 최근 위성방송을 수신해 문자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위성수신기 내장 TV를 각각 개발완료하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필립스사의 경우 CD-I에 14.4kbps모뎀기능을 추가해 TV로 인터넷 검색은
물론 홈쇼핑도 가능한 제품을 개발했다.

복합기능과 정보기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TV들이다.

VTR도 마찬가지다.

TV와 VTR를 복합화한 TVTR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용화된 상품.노래방
기능을 탑재한 노래방TV도 최근의 힛트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어비전과 VTR을 연계해 TV를 보면서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는 "집보는
VTR"도 간단한 복합상품이다.

기기의 복합화가 하드웨어부문이라면 수신방식의 복합화는 소프트웨어부문
이다.

과거의 VTR은 PAL방식이나 NTSC방식중의 하나만을 수신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전세계 모든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형 VTR이 등장했다.

또 방송국과 연계해 일주일분 방송프로그램을 안내하거나 예약할 수 있는
"바로 K" 방식의 VTR도 시판되고 있다.

복합화 추세는 사무기기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복사기 프린터 팩시밀리기능을 한데 묶은 복합사무기는 올들어 급속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부문.각각의 기기를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싼 것은 물론 차지하는 공간도 적다.

사용자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팩스모뎀을 장착해 PC사용중에 최대 2백곳까지 동일한 내용을 전송할
수 있는 "PC팩스"도 이같은 복합상품이다.

팩시밀리에 공기청정기를 장착한 "그린 팩시밀리"도 사무환경의 쾌적함을
노린 아이디어성 복합상품.

주방기기에서도 복합화추세는 나타나고 있다.

가스레인지는 오븐레인지와 그릴레인지등의 기능을 한데 모아 "가스오븐
그릴레인지"로 나타나고 있다.

탈수에 이어 건조기능까지 추가한 "건조일체형 세탁기"나 인버터형
조리기기의 출현도 이같은 복합화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상품이다.

최근 이같은 정보.가전제품의 복합화는 기존제품의 보급율이 포화상태를
맞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라이프사이클상 성숙기를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든 상품이 많아지면서
관련업체들이 돌파구를 "복합상품"으로 찾고 있다는 뜻이다.

"신규수요룰 창출하기 위해서는 복합화로 나갈 수 밖에 없다"(김진동
삼성전자 가전기획팀장)는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는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컬러TV다.

국내 TV수요는 연간 2백30만대에서 2백40만대 내외.지난 90년 이후 5년간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대체로 이정도 수요에 머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가장 활발하게 복합화가 시도되는 분야다.

LG전자는 최근 비디오CD플레이어를 내장한 복합형 TV를 개발, 시판하고
있다.

기존의 음악 영화 교육등 다양한 CD계열 소프트웨어는 물론 대화형 CD까지
동화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는 TV에 캠코더와 VTR을 결합한 복합상품 "마이캠비전"을
11월초부터 시판할 계획이다.

대우전자 역시 TV와 비디오CD VTR의 기능을 갖춘 복합상품을 개발중이다.

그러나 복합상품이 얼마나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도 많다.

"복잡한 가전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깊은 게 국내 소비자들"(D전자
영업기획팀장)이기 때문이다.

또 "복합상품은 소비자보다는 제조회사의 니즈가 먼저 고려된 상품"(소비자
보호원)이라는 비판도 많많치 않다.

복합상품이 힛트상품 부재로 고민하고 있는 가전사들의 "탈출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