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자동차협상은 한국측의 "일방적인 양보"에
대한 미국측의 "수용여부"를 기다리는 형국으로 결말지어졌다.

한국측은 21일 열린 사흘째 회담에서 지방세인 자동차의 누진구조를 개선,
배기량이 큰 차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겠다는 협상카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배기량이큰 미국차들이 혜택을 볼수있게된 것이다.

미국측은 행정부와 빅3(미국의 3대자동차회사)가 협의를 거쳐 수용여부를
통보해 주겠다는 것이어서 우리로서는 간조리며 읍소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애당초 이번 협상은 협상이라는 표현이 걸맞지 않을 정도로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상황이 전개됐다.

협상전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이 외제차의 국내시장점유목표를 제시하라거나
관세(8%)를 대폭 낮추라는 식의 요구는 없었으나 협상에 임하는 무역대표부
(USTR)의 입장은 강경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USTR은 자국자동차업계의 한국자동차시장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한국
정부를 제물로 삼고 워싱턴으로 대표단을 불러들였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자동차형식승인면제대상확대나 소비자인식개선, 자동차할부금융사
의 외국인지분제한철폐요구에 대해서는 회담초반에 서둘러 양보안을 제시,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동차세인하문제에 대해서는 조세주권주의포기라는 국내의 비난
여론을 의식, 마지막까지 카드를 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자동차세인하가 가장 큰 요구사항이었다.

미국은 한국시장에 차를 많이 팔기위해 배기량이 큰 차에 누진되는
자동차세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한국대표단을 압박해 왔다.

현재 자동차세는 2천5백cc 초과~3천cc 이하가 cc당 4백10원, 3천cc 초과
는 cc당 6백30원으로, 2천5백cc 이하 차량(100~2백50원)에 비해 단층적
으로 높아지는 체계다.

큰 차가 많은 미국으로서는 불만을 갖지 않을수 없다.

국내에서도 생활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자동차세가 보유과세임에도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온 사안이다.

자동차세는 고급아파트재산세와 맞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국내 지적에 대해서 정부는 세수확보의 필요성을 들어 자동차세의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게다가 누진적으로 무거워지는 자동차세의 개선지적에 대해서는 도로사정
환경문제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현재까지의 협상진행상황으로만 보면 이같은 정책기조가 한미협상테이블
이라는 여건하에서는 손쉽게 뒤집힌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협상전 내국세제의 개편요구에 대해서는 의연히 대처하겠다고
결의를 보였으나 이를 번복, 굴복했다는 비난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조세주권주의의 포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한미협상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깨질 경우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다 세계무역구기(WTO)
제소로 비화될 경우 더 불리한 상황을 맞을수 있어 어떤 형태로든 "타결"을
짓고 오라는 미션을 대표단에게 부여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사정으로 "안된다던" 내국세의 양보안제시로 협상을 매듭지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금이 싸지면 소비자는 덕을 볼수있다.

그러나 정부는 양보의 변을 어떤 명분으로 댈지 주목된다.

협상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날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합준비위원회는
미국의 시장개방압력을 거부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세제의 개선이 필요했다면 자동차산업발전이나 소비자부담, 세수문제등을
감안해 미리서 고쳤여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 통산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