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동차협상이 사흘간의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주요문제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말의 막후협상을 통해 의견절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번 워싱턴협상이 아무런 합의없이 일단
끝난 것으로 봐야할 것같다.

한국측은 협상을 앞두고 대형차의 특소세율을 내린데 이어 협상 테이블
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내용의 추가양보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측은 이마저도 일단 거부했다는 것이다.

미국측이 집요하게 대들고 있는 자동차세제 문제에 대해서도 결국
한국측이 양보하지 않겠느냐는 현지 분위기가 전해지고는 있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한국 정부로서도 여러차례 "양보불가" 입장을 천명
해왔기 때문에 쉽게 결말이 날것 같지는 않다.

미국측은 우리측 양보안에 대한 나름대로의 종합적인 평가를 금명간
우리측에 통보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로 보아 슈퍼301조
발동이나 세계무역기구(WTO)제소를 또 한번 들먹일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는 한국의 자동차세제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태도가 "강대국의
횡포"라는 해석에 공감한다.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배기량에 따른 누진적 세율구조는 환경 주차
교통난 유류소비등 국내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세율이란 조세주권에 따라 협상의 대상이 될수 없음은 미국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시장이 닫혀 있다고 불평하기에 앞서 거시적인
한.미통상관계의 지표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무역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미국의
대한수출은 124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54.6%에 이르러
그들의 10대시장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신장률을 보였다.

연말까지는 한국이 미국의 제4위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 통상현안이 되고 있는 자동차만 해도 이미 42.6%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고있다.

반면 한국은 대미 무역적자폭이 급속도로 늘어나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자그마치 48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시장이 닫혀 있다고 주장한다.

억지도 보통 억지가 아니다.

물론 한.미 자동차협상의 결렬은 어느쪽에도 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타결을 볼때까지 의견절충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슈퍼301조를 발동할 경우 오히려 미국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미통상로비단체 프로트레이드 그룹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로서도 이 기회에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가 없나 살펴보고
고칠 것은 과감하게 고치는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주길 당부한다.

윽박지른다고 받아주거나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고집만 피우는
태도는 둘다 바람직하지 않다.

차제에 우리의 대미 통상자세와 관련,새로운 입장정립이 있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