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공단1동에 자리잡은 한국전자(KEC)구미공장.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전자악기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주력 분야는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다.

현재 월 6억개를 양산해 전세계시장의 5~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있다.

오는 2000년에는 월 10억개를 양산해 세계시장 1위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 공장이 구축한 것이 자동조립장치(BIS)에 의한
일관생산공정시스템. BIS는 과거 4개로 이루어져 있던 파워 트랜지스터
조립공정을 한번에 수행하는 장치로 이 공장 연구진이 1년여의 연구끝에
개발해 냈다.

과거의 공정은 이랬다.

먼저 1개의 리드프레임에 연결돼 있는 여러개의 제품을 잘라 개별
제품으로 분리한다(트리밍).

분리된 개별 제품이 트랜지스터로서 가져야 할 전기적 특성을 순간적으로
측정한다(테스트).

양품으로 선별된 제품의 품명을 레이저로 제품 표면에 새긴다(마킹).

완성된 제품을 사용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튜브에 넣어 포장한다(패킹).

"이런 공정이 개별장치에 의해 이루어지다보니 소요시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작업자가 제품을 손으로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 물질이
침투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BIS는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고안했다"
(김중환 트랜지스터 기술부장)

BIS에 의해 개별 공정을 완전 자동화함으로써 이 공장은 평균 3~4일
걸리던 트랜지스터의 생산소요 기간을 단 하루로 단축할 수 있었다.

개별 장치가 차지하던 공간을 없앰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32%의 생산성 향상도 뒤따랐다.

이 공장의 "신생산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신호 증폭용 트랜지스터의 조립공정도 라인을 단축시키는등 일관생산공정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우선 칩에 열을 가해 리드프레임에 붙이는 공정(본딩)과 이물질 침투를
막기 위해 트랜지스터에 에폭시수지를 입히는 공정(몰딩)을 1단계로
통합했다.

다음으로 리드프레임에 남아있는 먼지나 자국을 제거(디플래시)하고
납땜이 용이하도록 미리 납을 살짝 입히는 공정(플레이팅)도 한 기계가
담당토록 했다.

"크기가 작은 트랜지스터의 경우 작업자에 의한 공정이 많아질수록
제품 손. 망실과 같은 로스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러한 로스를 줄이기 위해
각각의 공정을 통합해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경석 트랜지스터 사업부장)

소신호 증폭용 트랜지스터의 경우 자동화율이 현재 20%에 불과하지만
올해말까지 60%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게 이 공장의 목표.

이 공장은 납기지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표준시간"제도도 도입했다.

표준시간이란 작업전 미리 전체공정이 얼마만큼 걸릴 것인가를 자체
전산시스템으로 뽑은 수치다.

예컨대 1주일안에 생산돼야 할 제품이 열흘만에 나왔다면 즉시 원인분석에
들어간다.

지난 6월 만들어진 "생산성 혁신 프로젝트팀"이 매주 단위로 꼼꼼히 이를
체크한다.

지난해 12월 ISO(국제품질규격인증)9002를 획득한 이 공장의 불량률은
현재 25PPM. 완제품 1백만개당 불량품이 단 25개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요즘 각 공장에서 진행중인 1백PPM은 이미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공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는 2000년에는 불량률을 10억개당
1백개 이하로 만들자는 " ppb 신화"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 구미=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