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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선물시장의 올해도 얼마남지 않은 95년은 ''오욕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베어링은행의 파산은 ''금융첨단''으로 불렸던 선물시장의 프라이드를
여지없이 깔아 뭉갰고 그 충격파는 시카고에서 뉴욕 싱가포르를 거쳐
런던에 이르기까지 증권거래소와 장외시장들을 모두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금융선물을 떠 받치고 있던 난해한 고등수학들은 고졸 출신의 청년
니콜라스 리슨에 의해 한낱 구구단보다 못한 것으로 치부됐다.

무엇이 베어링스 그룹을 침몰시켰는가에 대한 95년 한해는 분주하게
지나가고 있다.

선물투자와 관련해 ''물어내라'' ''못몰어준다''는 재판이 벌어지고 한때
금융의 연금술사로 불렸던 조지 소로스의 헤지펀드도 95년 내내 수익률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선물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추락하는 한때의 영광인가, 하니면 또 한차례의 성장을 위한 일보후퇴인가.

내연하는 세계 선물시장의 심장부인 시카고와 뉴욕 선물시장을 증권부의
정규재기자와 이성태기자가 둘러보았다.

국내 주식선물시장개설을 앞두고 현지 리포트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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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뉴욕 현지취재>

거대한 미시간호반을 끼고 AT&A사의 세련된 빌딩과 세계 최고층의 시어즈
로벅 타워는 황금빛 석양하늘에 기묘한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이 아름다운 곳이 이제껏 인류가 생각해낸 도박중 가장 치열한 도박상품인
금융선물을 만들어낸 도시 시카고다.

쇼군시절 이미 미두 선물 거래를 시작한 바 있는 일본도 시카고에서 만큼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며 세계 금융시장의 본산이었던 런던의 선물시장을 이곳
사람들은 ''신시장(New Market)'' 또는 ''신흥시장''(윌리엄 월셔 시카고
코포레이션사 부사장)으로 부르고 있다.

선물산업에 있어서 전세계의 시장들은 모두 시카고선물 시장의 아류들이다.

미국의 선물거래량은 대략 연간 3백조달러(명목가격기준).

전세계 선물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선물의 총림시카고에도
베어링의 충격이 와닿아 있다.

"어딜가나 베어링 사태 이야기''(멜라메드 사쿠라델셔 선물사 회자)이며
"기업 개인등 선물 이용자들에게도 모두 당혹했던 한해"(전미선물협회
안토니 지아나랠라 감리담당이사)가 되어있다.

리살가 141번지 -. 이곳에 화강암으로 쌓아올린 유서깊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 상품거래소가 있다.

1백50년전인 지난 1848년 가축과 축산물 선물시장으로 문을 열러 세계
최초의 조직적인 선물거래소가 된 곳이다.

시카고 상업거래소와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이시장에도 베어링 사태는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에는 회복추세가 뚜렷한 편이기는 하지만 올들어 거래부진 현상이
예사롭지 않아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급신장세를 지속하던 거래량이 지난 2,3월엔 작년같은때 보다 20%이상
줄어들어 태스크포스팀을 급조해 시장을 진단해야 했고 거래르 촉진시키기
위한 신상품개발과 수수료인하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5, 6월이후부턴 거래량이 다소 늘어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있지만 작년 같지는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CBOT는 지난해만해도 전년대비 50%선의 거래증가를 기록해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었다.

거래감소는 시카고 양대시장의 하나인 CNE에서도 마찬가지다.

CBOT가 상품선물의 메카라면 CME는 금융선물의 본산-.

CBOT에서 걸어서 10분거리인 사우스웨커가에 있는 CME는 올들어 신상품
신규상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상품을 통해 충격을 극복하자는 뜻이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베어링의 충격은 거래량감소로 다가왔고 이는 시장참가자들에게도
찬바람을 불어넣었다.

시장 거래원 자격증은 지난해 중반께만해도 1백만달러에 거래됐으나
올들어서는 40만달러 이하로 뚝 떨어졌다.

금융선물 상품을 모두 취급할수 있는 풀멤버십외에 옵션선물등 제한적으로
취급하는 준회원권은 가격이 종전의 3분의1로 떨어졌다(폴 샹 CME수석이사).

거래가 줄고 수입이 격감하면서 거래원 자격증이 헐값에 팔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됐다.

장회시장(OTC)의 타격은 더욱 컸다.

장외시장은 제도화된 거래소 시장에 대응하는 금융기관들간의 점두거래를
말하지만 거래량이 수조달러에 이를만큼 거대하고 거래되는 상품들의
구조도 복잡하다.

장외시장의 대표적인 상품인 장외사와프는 한때 은행과 선물회사들이
가장 판촉에 열을 올리던 상품이었으나 이제는 모두가 실눈을 뜨고 눈치만
볼뿐 선뜻 매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캡 스트라이프라는 상품도 지난해엔 장외시장을 휩쓸다시피했으나 최근엔
상품으로서의 생명을 잃었다할 정도로 거래가 부진한 실정이다(오승렬
미 프루덴셜 증권회사 이사).

결국 체이스 맨해튼은행등 일부은행은 올들어 아예 선물담당 부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선물부서 인원을 10% 줄여 실직자들을 양산해 냈다.

이는 다반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선물시장에 부는 찬바람은 일반 기업들에도 마찬가지이다.

선물투자에 왕성하게 참여해오던 이스트만 코닥사는 헤지(위험회피)목적
외에 투기적 거래는 크게 줄이기로 하고 지난해 7억달러에 이어 최근 추가로
3억달러를 선물기금에서 회수키로 결정했다.

버지니아주의 선물기금도 투자규모를 4억6천만달러나 줄이겠다고 발표해
선물업계에 찬바람을 불어넣었다.

모두가 몸을 사리는 계절이 왔다.

미국최대 기업인 제너럴모터스의 연금기금이 막강한 정보와 자금력으로도
거액의 투자손실을 보는 마당에 군소 기업들이 몸을 웅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조지 소로스로 대표되는 헤지펀드들도 고전하고 있다.

헝가리 태생인 조지 소로스느 투자의 연금술사요 황제라고까지 불렸었다.

연금술사도 도도한 대세에는 어쩔수 없어 올해는 불과 1%남짓의 치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백억달러가 넘는 거액을 굴리는 소로스의 헤지펀드는 올들어 5억달러를
고객에게 환불했다.

헤지펀드는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외환 금리 주가등과 관련된 선물상품에
투자하면서 국제 현물 및 선물시장을 좌지우지해 왔다.

소로스의 퀀텀 펀드뿐만이 아니다.

소로스에 버금가는 캑스턴 헤지펀드의 브루스 코브너도 올들어 18억달러의
투자자산중 12억달러를 환불했다.

캑스턴 펀드는 지난해까지만도 연평균 30%가 넘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자랑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아직껏 고전하고있다.

전통의 스타인하르트 펀드로 43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투자자산을
축소조정했다.

전세계 헤지펀드 자산의 25%정도를 지난해 이후 고객들이 인출해갔다.

찬바람이 불고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뉴욕 장외시장의 선두주자인 DLJ사의 솝티씨는 "지난해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 났던데 따른 반작용일뿐"이라며 올해의 거래부진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활동에 수반된 위험이 세계화되고 경제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진행될수록 선물시장의 기반은 확대될것"(칼 루프트 시카고 들폴대 교수)
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