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등 메모리반도체 일변도의 국내반도체산업 구조는 비메모리 위주로
전환돼야 향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미인텔사의 386CPU(중앙처리장치)와 호환되는 칩을 최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전기및 전자공학과 경종민교수는 이같은
점에서 이번 기술개발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비메모리반도체로는 CPU를 비롯 ASIC(주문형반도체), DSP(디지털신호처리
칩)등이 있으나 기술및 시장파급효과가 가장 큰것은 CPU.

인텔이 CPU 한 품목으로 전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서도
이를 알수 있다.

CPU가 이처럼 황금시장인데도 AMD,사이릭스,넥스젠등 일부 미국업체들만이
인텔 호환 CPU를 생산하고 있는 것은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

경교수팀이 현대전자의 자금지원을 받아 이번에 개발한 "HK386"은 2천
1백만개의 명령어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해야 돌아가는 운영체제
프로그램인 "윈도 3.1"을 가동할 수 있는 수준.

경교수가 박인철박사및 대학원생들과 함께 CPU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91년.

CPU의 독자개발 없이는 국내반도체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확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학교에서 어떻게 외제를 모방하는 연구를 하느냐"는 시선때문에
어려움이 컸다는 경교수는 비메모리분야에 대한 국내 기술기반이 전무,
자료구하는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1년간은 HDL(하드웨어기술언어)로 직접 설계를 시도해 1백번이상을
다시 고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연구가 안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미국의 한 기업과 공동연구를
시도했으나 우리의 기술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그러나 C언어로 대충의 설계를 하고난 다음 세부설계등을 하는 5단계
설계방법론을 확립하면서 연구가 진전을 보게됐다.

산술연산을 지원하는 보조프로세서인 387칩을 지난해 개발한데 이어
이번에 386 CPU 기술을 확보하게 된것.

경교수팀은 이번 개발기술을 토대로 "윈도95"까지 돌릴수 있는 486 CPU를
연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인텔 펜티엄과 호환되는 칩도 내년말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경교수는 "386과 486은 기술축적차원에서 개발이 이뤄졌지만 펜티엄의경우
시장진입을 목표로 개발할 것"이라며 현대전자에서 5명의 엔지니어가 와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