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대우그룹회장은 지금 자동차에 미쳐 있다.

인도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등지를 넘나들며 해외 현지생산체제를
구축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잠깐 들른 김회장을 프랑크푸르트 아라벨라
그랜드 호텔에서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대우가 유럽지역의 현지생산체제 구축에 나서자 현지 업계와 언론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습니다.

"체코는 폴크스바겐,폴란드는 피아트,헝가리는 GM이 잡고 있는 시장입니다.

그 시장을 대우가 파고 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폴란드의 승용차 메이커 FSO 인수에도 더이상 GM이 훼방을 놓지 못하게
됐습니다.

인수를 1백% 확신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와는 엔진공동개발과 함께 추가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해외생산체제 구축작업을 설명해주시지요.

"이제 거의 완료됐습니다. 연말이면 전체적인 그림이 다 그려지게 되지요.

이미 가동중인 인도를 포함해 내년 6월이면 이란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등
해외공장이 모두 가동에 들어갑니다.

부평공장(50만대)과 내년 6월 완공되는 군산공장, 그리고 이들 해외공장을
포함하면 2백만대가 생산체제를 갖추는 셈이지요.

세계 업체중 이렇게 짧은 시간에 2백만대 체제를 갖춘 업체는 없을겁니다.

-왜 하필 2백만대입니까.

"2백만대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를 못합니다. 우선 신차개발을 해서
플랫폼 5개는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면 모델을 다양화해서 15개 차종을 확보할수 있지요.

1개 차종에 1억달러가 들어간다고 보면 15개 차종이면 15억달러가
아닙니까.

이정도의 R&D비용을 확보해야 살아남는 것입니다.

대당 5백달러의 R&D비용을 뽑으려면 2백만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대량생산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량생산이 아니면 다른 업체와 제휴하거나 KD조립업체로 전락할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도 양을 늘리면서 기술을 축적했던 것 아닙니까.

소량생산을 고집하는 고급차 업체들은 모두 망했습니다"

-중국시장 진출도 잘되고 있습니까.

"중국정부의 허가만 남아 있지요. 올해 안으로 허가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내년초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새로 짓는 공장인 만큼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그래도 97년말이면 완공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 자동차산업정책은 30만대 이상의 큰 업체 3개와 10만-30만대
규모의 작은 업체 3개를 두는 소위 3대3소 정책이 있는데 대우는 이정책에
예외입니까.

"중국정부가 3대3소 정책을 깨는 것은 아닙니다. 대우가 부품을 같이
하겠다고 하니까 허가를 해준다는 거예요.

3대3소 정책을 깨지 않고 중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의 3대업체와 합작한
중국업체를 대우와 합작하는 방법으로 한다는 겁니다.

장춘제2기차는 대우가 확실하고 제2기차는 일본의 도요타나 혼다,
상해기차는 미국 GM이 유력한가 봅디다"


-중남미에도 현지공장을 세워야 할텐데요.

"물론이지요. 하지만 사람이 모자랍니다. 2000년이면 자동차를 포함한
대우그룹 전체의 해외거점이 6백개가 됩니다.

1개 거점에 3명만 나가도 1천8백명이 되지요. 자동차가 20만대체제에서
갑자기 2백만대 체제가 되니 사람이 당연히 부족할 수 밖에요.

앞으로 50살이 넘은 전무급이상 임원은 모두 해외근무입니다.

개발연도세대인 50세-65세 인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위험합니다.

경험을 살려야지요. 중국버스공장에는 은퇴한 사람을 데려다 사장에
앉혔습니다.

현재 공채 1기(73년 입사)들이 모두 해외에 나와 일하고 있질 않습니까.

한국본사에서는 더이상 해외관리가 불가능합니다. 직접 외국에 나가
관리자 경영자로 일해야 합니다.

언제 우리가 외국사람들을 부려 봤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야 우리도
노하우가 쌓입니다"

-너무 일을 많이 벌린다는 생각은 않습니까.

"나는 감각적으로 일을 합니다. 20년 이상 해외생활을 하다보니
감각적으로 세계 정치 경제 변화를 감지하는데는 누구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장을 인수하는데 돈도 부담이 되질 않습니다. 기존 공장을 인수하려면
웬만한 공장이 10억달러지요.

까먹어도 10억달러 입니다. 그러나 새공장은 20억달러이상이 먹힙니다.

기존공장인수에는 돈 빌려주겠다는 곳도 많습니다. 그리고 미국 같은 곳에
공장을 지으면 망하게 돼 있습니다.

자금 기술력 딸리는데 백전백패지요.

남이 아무도 가지 않은 시장, 앞으로 수요가 창출되는 시장에 들어간다는
것이 대우의 전략입니다"


-회장께서는 일하는 것이 취미생활이라고 정평이 나있던데요.

"최근 유명한 과학자를 한사람 만났는데 장사를 하면서도 희열을 느낄
때가 많느냐고 묻더군요.

장사도 과학자와 마찬가지입니다. 희열의 연속이지요. 운도 좋았습니다.

물론 노력해야 운을 잡기는 하겠지만..조선도 불가능했지만 우연히
연결됐고 운도 좋았지요.

지금도 약속이 없으며 공장에 머뭅니다. 다른 사람들은 골치 아픈
표정입디다.

그래서 (부평공장이) 50만대만 만들면 안들어 오겠다고 했어요.

지금 50만대 만들려고 고생들 하고 있지요. 무조건 신이 나야 합니다.

연구소에서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정을 넘기는 것이 예사지요.

젊은 친구들이 X세대라고 하지만 건전합니다. 단지 컨센서스를 모아주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탈이지요"

< 대담=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