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번개표 형광등을 비롯, 각종 조명기구가 60년의 오랜 기업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생산돼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정도를 걷자" 짧은 사훈이 원칙과 합리성을 존중해온 금호전기의
기업이념을 나타내고 있다.
김광현 노조위원장은 "상호 이해와 협력을 우선하는 금호전기의 합리적인
노사관계도 정도를 걸어온 결과"라고 말한다.
금호전기 노사관계는 경영정보를 비롯한 회사의 모든 내용을 근로자에게
밝히는 공개성에 기초하고 있다.
노조위원장과 33명의 대의원들이 돌아가며 1명씩 참가한 가운데 매월
한차례씩 열리는 경영기획회의는 지난 88년부터 제도화돼 공개경영의
장으로 굳어가고 있다.
회사의 매출과 순익, 투자계획 자금사정등 모든 재무제표들이 낱낱이
공개돼 일선사원에게 전달된다.
해마다 4월경에 열리는 노사 임금협상장에는 다른회사에서 볼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노조측 교섭위원7명과 함께 대의원 모두가 협상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교섭위원, 대의원 모두 경영자측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합일점을 찾아 나간다.
중구난방이 될것 같은 이런 모습은 오히려 노사관계를 공고히 하는
촉매제가 된다.
대의원들이 참석하는 만큼 임금협상의 전과정은 모든 사원들에게 속속들이
알려져 노노갈등의 소지가 없을 뿐더러 노사간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김춘호 총무이사는 " 회사성장은 건전한 노사관계와 행보를 같이 한다는
경영진의 굳은 믿음아래 각종 경영사항을 근로자들에게 드러내 놓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국 산업현장이 대열병을 앓던 지난 88년 노노갈등으로 노조위원장
선출과정에서 잠시 흔들린 것을 제외하고는 그 흔한 노사분규는 물론,
쟁의신고 1건이 없었던 돈독한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인근 사업장에서 분규가 일어나면 김노조위원장은 무척 바빠진다.
누구보다 지역 마당발로 통하는 위원장을 찾아 중재를 부탁하기 때문이다.
노총 화성지부장을 지내고 있을 정도로 활동적인 노동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위원장은 이지역에서 산업평화의 파수꾼으로 통한다.
회사간부들은 " 노조위원장이 조합원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어 노사간
합의사항이 신속하게 결정되는등 회사경영에도 큰 보탬이 된다"고 말한다.
노조위원장이 근로자의 대표자격으로 회사측과 합의한 사항은 조합원
총회같은 기구에서 재의결하는 중복절차는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지난 86년부터 노조에서 운영하기 시작한 근로자 소비조합도 사원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게된 계기가 됐다.
회사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여 설립된
소비조합은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 근로자들의 가계에 도움을 준다.
지금은 매월 3천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급신장해 노조의
주요사업중 하나가 됐다.
노조가 앞장서 품질관리 운동도 벌이고 있다.
지난 85년 부터 정기적으로 한달동안 노조주관으로 품질관리 운동을
벌인다.
노조사무실에서 매주 품질관리 실적을 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노조간부들이 직접 현장을 분석 리포트를 작성해 경영진에 제시하기도 한다.
김위원장은 "사원들의 경조사를 돌봐 주느라 솔직히 휴일이 없는 생활을
한게 10년이 넘는다"고 할 정도로 노조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다.
김승곤 사장을 비롯한 회사경영진도 한번 약속한 사항은 반드시 지켜
노조와 조합원의 신뢰를 받고 있다.
금호전기는 노사합의에 따라 몇년전 부터 경영실적에 따라 특별상여금을
지급키로 합의했다.
이후 경영실적이 떨어 지더라도 남은 이익만큼 상여금은 꼬박꼬박 지급
됐다.
김위원장은 "사실 경영실적이 전해보다 못할때는 상여금을 받더라도
미안한 마음이 앞서고 내년에는 더욱 잘해야 겠다는 마음이 앞선다"며
회사측의 신의에 믿음을 보낸다.
김승곤 사장은 "노조가 튼튼해야 전 종업원의 기탄없는 의견을 수렴할수
있어 건전경영의 밑바탕이 된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노사협력을 뛰어넘는
노사불이정신이 금호전기에 뿌리 내릴것 "이라고 밝힌다.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 임금협상에도 이어져 단 3차례만에 협상을 타결
지었다.
금호전기는 지난 93년 7백65억 94년 9백4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등 착실한
성장을 계속하며 올해 1천2백70억원의 매출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함께 올해부터 경영혁신운동인 "도전-2000" "TFI-2000"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 사람,업무,정보등 모든 부분에서 한차원 높은 질적 도약을
이룩하자는 취지의 이운동을 통해 오는 2천년경까지 세계 5대조명회사로
도약한다는 것이 금호전기의 야심찬 비전이다.
[화성=김희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