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에르도스 아 푸드로.

스페인어로 "미래를 향한 합의서"라는 뜻이다.

여기서 미래란 "쿠바에 대한 미국의 엠바고(경제봉쇄)해제 이후"를 말한다.

합의서는 "외국기업들이 쿠바정부 또는 기업과 장차 사업을 공동으로 벌여
나가겠다는 약속"이다.

엠바고가 해제되면 즉시 쿠바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는게 바로 "아쿠에르도스
아 푸드로"이다.

이같은 합의서를 쿠바측과 교환한 기업은 대부분 미국업체들이다.

크라이슬러 존슨&존슨 하얏트호텔 엘리릴리등 2백50여개 미국기업의
경영자들이 쿠바를 다녀갔다.

쿠바에 대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쿠바경제무역협의회 존
가블리치회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쿠바를 방문한 2백50여개 미국기업의
총매출액이 3천억달러에 달한다"며 "미국내의 비중있는 기업들이 쿠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 투자부 미국기업담당관인 이스마엘 세네씨는 "너무나 많은 미국
기업가들이 몰려와서 손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미국기업들이 최근 쿠바진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된 것은 스페인
캐나다 독일 멕시코기업들이 잇따라 쿠바에 진출하면서부터라는게 정설.

미국의 앞마당격인 쿠바에 다른나라 기업들이 뛰어드는 것을 좌시할수 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엠바고 해제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면 다른나라 기업들에 다 뺏겨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미국기업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다.

연간매출액이 1백30억달러에 달하는 아처다니엘스미들랜드그룹은 "지금
들어가지 못하면 앞으로 50년동안 쿠바에 발붙일 수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과 캐나다 독일등의 기업들은 미국의 엠바고조치와는 관계없이 합작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쿠바를 오랫동안 통치해온 스페인은 가데나솔멜리아사가 지난90년
바라데로해변가에 솔팔메라스호텔을 합작형태로 건설한 이후 멜리아라스
아메리카스 솔멜리아등 여러개의 호텔을 지었으며 석유개발사업도 공동으로
추진중이다.

독일은 베이아코스타등 호텔사업과 니켈광산사업에 진출했으며 캐나다는
호텔사업과 의학분야에 대한 합작사업에 나서고 있다.

아바나시에서 만난 캐나다의 기업변호사 롭 로베르츠씨는 "우리는 미국의
엠바고조치에 신경쓰지않고 쿠바와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전문회사인 오슬러호스킨&하코트사 관계자들과 함께 왔다는 그는
"쿠바는 진료장비와 생의학등의 수준이 매우 높지만 레이저 방사선분야는
상대적으로 낮다"며 쿠바와 의학분야 합작사업 추진을 위해 사무실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일부 기업들이 쿠바의 투자여건을 조사하고 있다.

아바나시에서 만난 한국A기업 미주사업담당 이과장은 "쿠바에서 할수있는
사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쿠바에 출장나왔다"며 "몇몇 한국기업
관계자들이 쿠바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이미 여러차례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한국B기업의 국제변호사로 활동하고있는 김씨는 "양국간 합작사업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쿠바를 방문했다"며 "미국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제외할 경우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쿠바가 최근 외국기업들의 투자유망대상지역으로 떠오르는 것은 시장경제
도입 외국인투자법개정등 변화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이후부터로 볼수 있다.

쿠바정부는 최근 외국기업의 투자여건 개선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미국으로 탈출하려했던 쿠바난민(보트피플)문제를 계기로
미국과 차관급협상을 진행하는등 화해분위기를 만드는데도 애쓰고 있다.

쿠바투자의 이점은 무엇보다도 지정학적인 입지에 있다.

쿠바는 미국과의 거리가 1백80km에 불과할만큼 가까운데다 아메리카대륙의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다.

한때 아메리카대륙을 지배했던 스페인이 쿠바에 총독부를 둘 만큼 쿠바는
미주지역의 중심지역할을 해왔다.

쿠바인들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도 외국기업에는 커다란 장점으로
꼽힌다.

쿠바인들의 평균교육연수는 8년이며 문맹률도 4%에 불과하다.

정부가 전체예산의 25%이상을 교육부문에 쏟아부을 정도로 교육투자에
열성적이다.

쿠바인들은 학교생활과 여러가지 단체생활을 통해 조직문화에 익숙해 있다.

노동력수준이 높을수밖에 없다.

쿠바내수시장도 무시할수만은 없다.

쿠바인구는 1천1백만명으로 카리브해 국가중 가장 많다.

외국기업들이 쿠바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관광업.

1959년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쿠바는 "카리브해의 진주"
라 불리는 미구지역 최대휴양지였다.

한겨울에도 섭씨 15~20도를 유지할만큼 온난한데다 백사장 길이가 21km에
이르는 바라데로해변등 유명휴양지가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될 경우 관광지로서의 옛 명성을 금방
회복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제당산업도 유망투자분야로 꼽히고 있다.

사탕수수 최대생산지에 재배에서부터 최종가공에 이르는 일괄생산체제를
갖추는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쿠바정부는 최근 신외국인투자법 개정을 통해 사탕수수산업에 대한 외국
기업투자도 허용키로 했다.

이밖에 광산 기계 석유 화학등도 투자분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쿠바투자의 관건은 엠바고해제 문제에 달려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카스트로가 퇴진하기 전에는 엠바고를 풀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기업인들의 잇따른 쿠바방문과 양국간 차관급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엠바고가 조만간 풀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빠르면 올해안으로 해빙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쨌든 미주지역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이 이제는 쿠바에도 관심을
둘만한 때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