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과연 안전한 비즈니스 상대인가" 만 15년째로 접어든 국내
기업들의 대중비즈니스에 새삼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과의 교역이나 합작투자에서 낭패를 보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때문이다.

서류상의 사소한 하자를 트집잡혀 수출대금을 떼이는가 하면 현지
진출업체가 애써 키운 기능인력이 우루루 빠져나가거나 전기가 모자라 울며
겨자 먹기로 조업을 단축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

게다가 중국정부마저 부가세환급 감축등 예상치 못했던 정책변경으로 애를
먹이고 있다.

요즘 무역업계에서 얘기되고 있는 대중 비즈니스의 문제점과 유의사항들을
점검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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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결코 덩치 큰 홍콩이 아니다" 최근 중국과의 거래에서 큰
손해를 본 D사의 수출부장은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이 한마디로
요약한다.

같은 중국인이라 해서 홍콩기업과 거래하듯이 "국제거래관행"만
믿었다가는 골탕먹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가 중국의 C사와 8억5천만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2월.
뱅크 오브 차이나가 개설한 신용장을 받아 물품을 선적했다.

그런데 정작 대금결제기일이 되자 뱅크 오브 차이나에서는 국내 신용장
매입은행에 지급거절을 통보해왔다.

신용장상의 중량표시와 포장명세서상의 중량표시가 달라 수입업자가 물품
인수를 거부한다는게 이유였다.

이에 D사는 당초 계약때부터 중량표시는 달라질 수 있음을 신용장조건변경
사항으로 합의한 사실을 들어 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측에서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자금압박에 몰린 D사는 이 물품을 제3자에게 3억5천만원이라는
헐값에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의 수입업체가 물품인수를 거부한 진짜 이유는 현지
시장상황의 변동으로 판매부진이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중국과의 거래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다반사라는 사실이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한중수교가 이뤄진 지난 92년 8월24일 이후
3년간 접수된 중국관련 클레임은 모두 72건 2천1백75만달러인데 이중
한국업체가 제기한 클레임이 44건 1천8백29만달러로 중국측이 제기한
클레임에 비해 훨씬 많았다.

중국기업들의 국제상거래 관행 무시로 인해 속앓이를 하는 것은
중소기업들만이 아니다.

중국과 상당한 거래경험이 축적된 종합상사들도 뜻하지 않게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왕왕 있다.

A상사의 중국팀 관계자는 선적서류상 메이커의 영문표기가
"...Industres"로 "i"자가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지급거절을 당하는 쓴 맛을
봐야했다.

또 B상사는 원산지증명 발급기관인 대한상의의 영문표기(Korea Chamber
Of Commerce & Industry)에서 "& Industry"를 빼먹었다가 대금을 제때
못받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정도의 단순한 서류상 오류는 확인절차만 거치거나 서류를 정정해
다시 송부해 주는게 국제상거래 관행인데 중국과의 비즈니스에서는 그런
관행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밖에도 중국기업들은 선박스케줄 변경으로 선적이 늦어진 경우에도
판매기회상실 등을 내세워 대금을 후려치거나 물품 인수후 품질상 사소한
트집을 잡아 대금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이에대해 중국과의 거래경험이 많은 업계관계자들은 중국측이 요구하는
대금결제기간 연기나 가격인하 등을 너무 순순히 수용하면 중국바이어들이
상습적으로 클레임을 제기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따질 것은 철저히
따지는"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중국의 악덕바이어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업계가 공유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하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임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