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막돼 3일 막을 내린 95화랑미술제는 사상최대의
행사규모에도 불구, 예년에 비해 오히려 관람객수가 줄어든데다 거래도
부진해 아시움을 남겼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올해 화랑미술제는 이 행사가
시작된지 10주년을 기념, 어느때보다 많은 화랑과 작가들이 참가했다.

전국의 80개 화랑을 통해 모두 1백43명의 작가들이 1천여점의 작품을
발표, 관심을 모았던 이번 화랑미술제는 뜻하지않은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우선 행사기간내내 궂은 날씨가 계속된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예술의 전당부실공사뉴스가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사태를 빚었다.

이에따라 지난해 매일 5천-7천여명, 많을때는 1만3천여명이 몰려
높은 호응도를 보였던 화랑미술제는 올해의 경우 다양한 행사준비에도
불구, 일일평균 5천명선을 밑돌았던것으로 나타났다.

관람객들도가족단위를 비롯 학생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기는 했으나 실제 그나마 구매력을 갖춘 컬렉터들은 많지않아
판매 또한 부진했던것으로 분석됐다.

전반적인 판매부진속에서도 대조적으로 기획이 뛰어났던 몇몇
화랑들의 높은판매성과를 올려 견본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두터운애호가층을 가진 이두식씨의 경우 전량 매진되는 기록을
올려 관심을 모았고독특한 작업을 펼쳐 눈길을 모았던 일부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도 적절한 가격대와 맞물려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한 참가화랑 대표는 "해마다 느끼는 문제점이지만 우선 성격자체가
애매하고계획성도 크게 부족, 솔직히 볼만한 미술제라는 생각이
들지않는다"고 말하고 "축제적인 성격을 지나치게 부각, 실속없이
떠들석하기만한 행사가 되기보다는 판매와도 연결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견본시가 될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미술평론가 K씨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참가작가의 선정문제또한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어느때보다 많은 작가들이 참가했고 원로와 중견, 신진을 망라한
다양한 계층의 작가들로하여금 우리미술의 최신동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취지였으나 새로운 작가의 발굴보다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단골손님"들의 잔치였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고 털어놨다.

한국화랑협회 회장 권상릉씨는 "이번 화랑미술제는 10년의 연륜을
정리하는 의미있는 전시회였다"고 말하고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여건이
뒷받침되지않아 본격적인 견본시로서의 위상을 찾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권씨는 또"앞으로 화랑미술제는 양보다 질적인 면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작가나 화랑선정을위한 기준도 좀도 철저하게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