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근무수당의 폐지"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이 내년도 단체협상안으로 내건
조건중 하나이다.

토요일근무(유럽은 휴일)를 평일근무로 간주,휴일특별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대가로 근로자들의 "직장"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고용주측은 노조측이 이조건을 수용하지 않을경우 생산기지를 브뤼셀이나
동독등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이 회사으 살림이 어려워진것도 아니다.

지난해의 적자에서 벗어나 금년 상반기중 7천6백만달러 상당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경영수지가 크게 개선됐다.

따라서 노조측이 발끈하고 나선것은 당연하다.

노조측은 지난달 29일 하노버 중심가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펼쳤으며
잘츠기터 카셀공장등지에서도 1시간동안 연대 파업을 벌였다.

지금까지도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론이 어떻게 날지 그 누구도
예측할수는 없다.

그러나 결과에 관계없이 휴일근무수당의 폐지등 독일기업들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조건을 제시하며 경직된 노동시장을 변화시키기위해
안간힘을 쏟고있다.

경기회복에 힘입어 올들어 독일기업들의 순익구조는 크게 개선됐으나
"해고"와 "생산기지이전"을 무기로 노조길들이기 작업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근로시간은 짧으면서도 이건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금 기존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준수할 경우 대외 경쟁력을 유지할수 없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대응책인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독일에서만 일고있는 현상은 아니다.

유럽의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실업난해소및 경쟁력강화를 그 이유로
내세워 다양한 고용환경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근무시간 변동제"(연간 근무시간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작업량이 많은 요일이나 계절에는 근무시간을 늘리고 다른때 그만큼
근무시간을 단축,수주량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연간근무시간은 변동이 없으나 "하루 8시간근무"란 기존 개념을
무너뜨리는 방안이다.

원유 화학 양조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영국이 이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영국공장도 금년초부터 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사도 제품출하시간을 현재의 평균 12주에서 2주로
단축하기위해 내년부터 이를 도입할 방침이다.

"주4일 근무제"도 그 대안중 하나이다.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드니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나 일주일에
4일을 근무하고 임금도 4일치만 주겠다는 얘기다.

그만큼 근로자들은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한다.

회사측은 어려울때도 직장을 보장해 줄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근로자들은
설득하고 있다.

벨기에정부가 지난 4월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영국정부도 도입을 검토중에 있다.

플크스바겐사는 노조측의 승인을 얻어 94년초 이제도를 도입,"임금의
하향경직성"을 무너뜨리는 계기를 마련했었다.

이밖에 정부차원에서 기업들이 비용부담이 적은 임시직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고 장기실업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새로운 고용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는데는 유럽의 실업난이 큰 몫을 하고있다.

지난 91년 이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6백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현재
노동인구는 11%정도인 1천8백만명이 늘고있는 실정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지역은 실업률이 34.7%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하니 유럽노조의 목소리는 점차 약해질수 밖에 없다.

파업을 무기로 권익신장에 앞장서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그힘이
약해진건 사실이다.

이를 틈타 기업주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고용환경을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등 유럽 노동시장이 변혁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