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설계업무 주도권을 둘러싼 한국전력공사와 원자력연구소간의
영역다툼에 한국중공업까지 가세해 "점입가경" 양상.

이수강 한중사장은 1일 원연이 한중과 합작으로 원전기술주식회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고 최근 발표한데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오히려
원연은 순수연구에만 전력하고 원자로설계는 한중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
이라고 밝혔다.

이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도 원자로 설계는 한중이 책임지고
원연은 계통설계만을 하청의 형태로 담당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한중이 원자로설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

이와관련 원연측은 "설계전담회사의 설립에 대해 한중의 부사장급과 이미
합의가 됐는데도 한중이 이제와서 발을 빼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원자로
계통설계는 원전설계의 핵심이기때문에 원연의 주도가 불가피하다"고 반박.

한전은 물론 지난 92년 당시 동력자원부와 과학기술처가 원연의 설계
업무를 단계적으로 한전측에 넘기기로 합의한 것을 들어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

어차피 원전은 한전이 최종적으로 짓는 것인만큼 설계도 한전의 자회사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

한전은 특히 원연이 지난번 대북경수로 지원 주도권 싸움에 이어 원전설계
업무를 놓고 먼저 싸움을 걸어온데 대해 불쾌해 하는 표정.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자력 관련기관간 영역싸움에 대해 "국내 원자력
사업의 효율적 운영엔 관심이 없고 자기기관의 이해에만 매달리는 것은
중이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꼴"이라고 촌평.

한편 원자력관련 기업들의 모임인 원자력산업회는 오는 5일 "원자력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기관간 역할분담에 대해 논의하고
원전설계 일원화방안에 관한 연구를 학계에 의뢰할 예정이어서 주목.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