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70) 제6부 진가경도 죽고 임여해도 죽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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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경의 발인식에 참석한 고관대작으로는 녕국부와 영국부와 더불어
사람들 사이에서 "팔공"이라 불리는 가문의 사람들을 들 수 있었다.
진국공 이국공 제국공 치국공 수국공 선국공 들이 그 가문의 대표들
이었는데, 부인의 상을 당한 선국공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 손자들을
조문객으로 보내었다.
그 손자들 역시 쟁쟁한 작위를 받고 있는 사람들로서 이름을 들자면
우계종 유방 진서문 마상 후효강 들이었다.
이밖에도 남안군왕 서녕군왕처럼 왕의 칭호를 가진 사람들의 손자와
명문 가문의 자제로 귀족의 작위를 가진 사람들이 무리지어 참석하였다.
그 부인들을 태우고 온 가마만 하더라도 큰 가마가 십여채요, 작은
가마가 삼사십채나 되었다.
게다가 다른 수행원들이 타고 온 크고 작은 수레의 가마들까지 합하면
백수십채는 되고도 남았다.
그 수레와 가마들이 상여를 따라가니 그 행렬은 무려 삼사리나 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장례행렬을 구경하려고 길가로 몰려나온 사람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희봉은 왕부인이 타고 가는 수레 뒤를 따라가며 새삼 자기가 시집온
가문의 위용에 대해 자랑스런 마음이 생겼다.
이런 장례행렬을 진가경이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일찍 죽은 것이
그리 억울하지도 않을것 같았다.
희봉은 문득, 진가경이 죽던날 혼령으로 자기에게 나타나 들려준
말들을 떠올렸다.
가씨 가문도 기울기 시작했으므로 완전히 망하기 전에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그 말들이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희봉은 이 진가경의 장례식이 가씨 가문에서 치르는 마지막
성대한 장례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후에 그 누가 이런 장례식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희봉은 자기 장례식은 과연 어떻게 치러질 것인가 상상해보았다.
그때쯤은 가씨 가문도 몰락하여 초라한 장례식으로 그칠지도 몰랐다.
만약 남 보기에 형편없는 장례가 치러진다면 하늘에서 눈이라도
펑펑 내려 그 모든 초라한 것들을 하얗게 덮어주었으면 싶었다.
희봉은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머리를 흔들어 그 사념들을 떨치고는 수레의 발을 걷어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길가에 울긋불긋한 천막들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고 거기서 애절한
곡조의 주악이 울려나오고 있었다.
희봉이 수레를 재촉하여 왕부인의 수레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저 천막들은 어떻게 된 것들이에요? 네개나 길가에 세워져 있는
이유가 무어죠?"
"친지들이 고인을 위해 길가에 저렇게 천막 제단을 차려놓는단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
사람들 사이에서 "팔공"이라 불리는 가문의 사람들을 들 수 있었다.
진국공 이국공 제국공 치국공 수국공 선국공 들이 그 가문의 대표들
이었는데, 부인의 상을 당한 선국공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 손자들을
조문객으로 보내었다.
그 손자들 역시 쟁쟁한 작위를 받고 있는 사람들로서 이름을 들자면
우계종 유방 진서문 마상 후효강 들이었다.
이밖에도 남안군왕 서녕군왕처럼 왕의 칭호를 가진 사람들의 손자와
명문 가문의 자제로 귀족의 작위를 가진 사람들이 무리지어 참석하였다.
그 부인들을 태우고 온 가마만 하더라도 큰 가마가 십여채요, 작은
가마가 삼사십채나 되었다.
게다가 다른 수행원들이 타고 온 크고 작은 수레의 가마들까지 합하면
백수십채는 되고도 남았다.
그 수레와 가마들이 상여를 따라가니 그 행렬은 무려 삼사리나 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장례행렬을 구경하려고 길가로 몰려나온 사람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희봉은 왕부인이 타고 가는 수레 뒤를 따라가며 새삼 자기가 시집온
가문의 위용에 대해 자랑스런 마음이 생겼다.
이런 장례행렬을 진가경이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일찍 죽은 것이
그리 억울하지도 않을것 같았다.
희봉은 문득, 진가경이 죽던날 혼령으로 자기에게 나타나 들려준
말들을 떠올렸다.
가씨 가문도 기울기 시작했으므로 완전히 망하기 전에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그 말들이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희봉은 이 진가경의 장례식이 가씨 가문에서 치르는 마지막
성대한 장례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후에 그 누가 이런 장례식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희봉은 자기 장례식은 과연 어떻게 치러질 것인가 상상해보았다.
그때쯤은 가씨 가문도 몰락하여 초라한 장례식으로 그칠지도 몰랐다.
만약 남 보기에 형편없는 장례가 치러진다면 하늘에서 눈이라도
펑펑 내려 그 모든 초라한 것들을 하얗게 덮어주었으면 싶었다.
희봉은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머리를 흔들어 그 사념들을 떨치고는 수레의 발을 걷어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길가에 울긋불긋한 천막들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고 거기서 애절한
곡조의 주악이 울려나오고 있었다.
희봉이 수레를 재촉하여 왕부인의 수레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저 천막들은 어떻게 된 것들이에요? 네개나 길가에 세워져 있는
이유가 무어죠?"
"친지들이 고인을 위해 길가에 저렇게 천막 제단을 차려놓는단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