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서울대공원 정문앞 집합.

12시까지 자유이용권으로 즐거운 놀이.

점심식사 후 3시간 자유토론.

오후6시 방배동으로 이동후 호프집에서 맥주파티.

공식일정은 9시에 끝.

이후는 원하는 사람만 2차"

봄을 맞은 어느 회사의 야유회 일정이 아니다.

지난 상반기 미원그룹에 응시했던 취업희망자중 일부가 치른 ''면접
시간표''이다.

미원은 부장 과장 대리등 세직급의 선배사원들이 함께 면접관으로 참여
하는 ''다차원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미원은 응시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존 관행을 깨고 면접장소를 ''회사밖''으로 바꾸어 버렸다.

응시생들은 4명의 면접관과 함께 회사밖에서 하루종일 함께 지내며 평가를
받는다.

노래방도 좋고 백화점 사우나 임진각 팔당댐 한강고수부지 어느 곳이든
상관없다.

복장도 자유다.

6명이 한조인 응시생들은 원하는 장소를 정해 면접관에게 통보만하면 된다.

면접관들은 ''신세대'' 응시생들과 하루종일 같이 놀고 얘기하며 이들의
자질을 평가한다.

직업관 창의력 활동성 위기상황 대처능력 협동심등이 주요 평가 항목.

"식사만 함께 해도 어느 정도 성향을 알 수 있었다"고 면접관으로 참가
해본 한 고참대리는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응시생들의 조직적응력을 평가하기 위해 카드놀이
를 면접에 도입했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카드놀이를 통해 은행생활에 필요한 협동심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이 은행의 면접은 오전 8시부터 12시간동안 이어지는 마라톤면접이다.

먼저 대리급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아무 자료없이 즉석 질문을 던지는
블라인드인터뷰를 실시한다.

다음에는 6명이 한조가 돼 3시간동안 카드놀이를 벌인다.

카드놀이 다음에는 술자리가 마련된다.

솔직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만남의 시간''를 갖는다.

첫 질문을 던졌던 대리급 사원이 함께하며 평가표에 숫자를 메워간다.

(주)우방은 ''술면접''으로 유명하다.

서류전형에 통과한 응시생들은 공식면접에 앞서 간부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폭탄주가 돌기도 한다.

자리가 술자리인 이상 정해진 방식은 없다.

그러나 응시생들이 취하기는 어렵다.

간부들이 용모 태도 표현능력 사회성등 10여개 항목으로 나눠 응시생들의
''술자리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상중하로 평가된 술자리 면접 점수가 당락에 80% 이상 영향을 미친다고
이회사 관계자는 털어놓았다.

신세대가 입사대상층이 되면서 기업의 채용문화도 ''신세대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