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국교정상화이후 30년동안 한국은 일본과의 교역에서 일방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일교역규모는 매년 크게 늘고있지만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낸적은
한번도 없다.

국교가 정상화된 지난65년 2억2천만달러에 불과했던 대일교역규모는 지난해
3백90억달러로 2백배가까이 늘었다.

이와함께 무역수지 적자폭도 1억4천만달러에서 1백18억7천만달러로 크게
불어났다.

그동안 쌓인 누적적자규모는 올상반기까지 1천27억달러에 이른다.

국내경기가 좋아지고 수출이 호조를 보여도 대일무역수지 적자폭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대일무역수지 역조는 한국경제가 안고있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한일경제관계가 이처럼 구조적인 불균형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자본재와 부품산업이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로 대일무역적자의 80%는 자본재와 원부자재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90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대일수입의 산업연관효과"에 따르면
대일수입유발계수는 0.049에 달하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는 국산품 1백달러어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4.9달러상당의
자본재와 원부자재를 수입해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엔고라해도 설비일체를 아예 국산이나 다른 외국산으로
대체하지 않는 이상 일본산 설비를 계속 들여다 쓸수밖에 없고 그에따라
대일적자는 확대될수밖에 없다.

일본의 산업구조가 공산품의 자급자족형태를 갖추고있고 유통구조도 외국
제품의 진입이 어렵게 짜여져 있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대일의존도가 심하다는 점이며 해결책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런점에서 정부가 최근 국내부품산업의 집중육성을 골자로한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하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국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본측의 자세전환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교역규모를 늘리면서 양국기업간의 수평분업을 이뤄가야만 서로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일본기업들이 최근 엔고를 계기로 기술이전을 수반한 국내기업
과의 합작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수입대체산업육성과 과감한 수입선전환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때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