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신인감독들의 데뷔작 3편이 완성돼 흥행도전에 나선다.

최진수 감독의 "헤어드레서"(한국비전)와 이민용 감독의 "개같은
날의 오후"(순필름), 구임서 감독의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예영프로덕션)가 그것.

3편 모두 우리사회의 병폐인 허위의식과 남녀차별 등을 신랄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

"헤어드레서"는 보잘것 없는 개 미용사가 일급 헤어디자이너로
둔갑하는 과정을 통해 과대포장광고와 상업주의에 물든 현대인의 허상을
풍자한다.

앙리박(안성기)은 수완좋은 미용실 주인 장마담(이혜영)에 의해
프랑스 유학경력의 최고 미용사로 변신한다.

그는 개업 첫날부터 야수파라는 머리모양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한다.

헤어쇼에서 방송국 아나운서 이금주(지수원)를 처음 만난 그는
앵커선발을 앞둔 그녀의 머리를 정성스레 다듬어주며 연정을 품는다.

이런 와중에 미용실 터줏대감인 이춘기(조형기)가 앙리박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위협, 자신도 스타로 포장되길 원하며 협상을 벌이고
영화는 포장하려는 사람과 이를 벗기려는 사람간의 치열한 싸움으로
치닫는다.

CF감독출신인 최진수 감독이 광고와 영화의 장점을 최대한 조화
시키겠다며 내놓은 야심작.

"개같은 날의 오후"는 10명 이상의 여배우군단이 등장하는 페미니즘
영화다.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를 동네여자들이 집단으로 혼내주는
과정에서 실수로 그남자가 목숨을 잃게 된다.

엉겁결에 아파트 옥상으로 피신한 여자들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휘말려들면서 사건은 전국의 여성들과 남성중심 지배권력의 대결양상
으로 확대된다.

특징은 주연이 따로 없다는 것. 손숙 정선경 하유미 김보연 송옥숙
정보석등 중량급 배우들이 고루 기용됐다.

이들의 면면은 영화가 한두사람의 주인공보다 수많은 "보통사람"들에
의해 전개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민용 감독은 "평범한 남녀사이의 이면을 그리면서 성불평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는 직장남성의 애환을 다룬 영화.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주인공으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풋풋한 사랑을 꿈꾸는 현대남성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신세대 터프가이 이병헌의 스크린 데뷔작.

사랑을 쟁취하려는 바보온달 종두(이병헌)와 그를 길들이려는 평강공주
주영(최진실)의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이 재미있게 진행된다.

최종원 조선묵 방은희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도 볼만하다.

9월개봉을 앞두고 현재 후반작업에 한창인 이들 작품은 한여름 내내
외화몸살을 앓아온 국내극장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