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공단 한 복판에 자리잡은 오리온전기 제3공장.

하루 5천5백개의 CDT(컴퓨터용 칼라 모니터)를 생산하는 연면적 6만여평의
꽤 큰 공장이다.

그런데도 이 정도 규모의 공장에 있을 법한 자재창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자그마한 창고가 하나 있긴 하지만 볼트 너트 등 소모성부품을 보관하는
장소일뿐 여느 공장의 창고와는 격이 다르다.

대신 자재를 싣고 정문을 드나드는 트럭이 유난히 많은 점이 인상적이다.

자재창고가 없는 공장.이것은 오리온 전기가 신생산혁명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파이프라인식 자재조달시스템"의 귀결점이다.

파이프라인방식은 마치 송유관을 통해 원유가 공급되는 것처럼 최종
완제품의 생산속도에 맞추어 연속적으로 자재를 조달하는 시스템.

일정기간에 소요되는 자재를 한번에 구매하는 일반공장의 배치(batch)
방식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자재재고의 감축.

"우리 공장은 2시간 가동분만큼만 자재재고를 유지한다. 만약 파이프라인
방식이 아니었더라면 최소한 하루반 물량은 확보해야 했을 것이다"(우종언
CDT공정관리과장).

이렇게 해서 절감되는 자재관리 비용만도 연간 2백50억원정도라고 한다.

이프라인식 자재조달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자로 잰듯한
생산계획"이 뒷받침해주고 있는데 따른것.

이 공장은 매월초 월간 생산계획과 자재구매계획을 각각 1일단위로 짠다.

파이프라인방식의 핵심은 바로 이 1일 자재구매계획에 납품주기가 2시간,
6시간등으로 세분화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유리는 6시간마다, 전자총은 4시간마다 자재를 납품받는 식이다.

"우리 공장에 자재트럭들이 유난히 자주 드나드는 이유도 바로 이 세분화된
구매 오더때문이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하루에도 6~7번씩 자재를 납품한다"
(우과장).

이같은 파이프라인식 자재조달체제를 가능케 한 요소는 이 공장이 일관
생산체제의 다품종생산라인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

원자재투입부터 완제품출고까지가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돼 있고 이 하나의
라인에서 14.15.17.21인치 등 4가지 규격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일관생산체제에서는 언제 어느만큼의 자재가 필요한 지가 명확하다. 또
여러 규격의 자재가 소량씩 소요되므로 자재를 한꺼번에 확보해 둘 이유도
없다"(이효섭CDT제조부차장)

이차장의 설명대로 이 공장에서는 원자재가 투입돼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18시간40분이 걸리는 전공정이 각 공정별로 분단위까지 정확히 계산돼 있다.

가령 패널(전면유리)제작은 4시간25분, 패널과 펀넬(후면유리)접착은 3시간
21분이 소요된다.

따라서 각 공정에서 자재가 투입되는 속도도 정확히 계산된다.

또 협력업체가 납품한 서로 다른 규격의 자재들에는 하나씩 바코드가
부착돼 있다.

각 조립장비에는 이 바코드를 판독하는 센서가 붙어있다.

어떤 자재가 얼마나 투입됐는지가 즉각 파악된다는 얘기다.

"창립30년을 맞아 CIM체제실현을 위한 최후의 공장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강욱성홍보팀장)는 오리온전기.

그 마지막 공장혁신의 밑그림은 일관생산체제와 다품종소량생산을 뒷받침
으로 한 "자재재고 제로(0)화"로 그려지고 있다.

< 구미=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