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22일 내놓은 "중소기업 육성.지원책"의 하일라이트는 하도급 등
협력대상 중소기업들을 공개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상당수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선정관행이었던 "연고거래"에서
탈피할 것임을 선언한 셈이다.

LG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알음 알음으로 중소기업들을 발굴해 온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며 "그러나 이제는 보다 당당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우수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구본무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6천7백여개사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의 숫자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라며 "경쟁력"을 잣대로 협력업체들을 걸러내 정예화해 나갈
방침임도 시사했다.

LG그룹이 이날 내놓은 "지원책"은 그러니까 연초 구본무회장 취임이후
일관되게 표명해 온 "정도경영에 바탕을 둔 공정거래 문화 정착"을 향한 또
하나의 액션 플랜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민간기업으로는 처음 그룹과 각 계열사별로 "공정거래문화 추진
위원회"를 설치했던 것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LG는 역시 같은 맥락에서 "능력 범위내에서"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임도 분명히 했다.

협력업체들에 대한 부품대금 현금결제 원칙을 1천만원 이하로 하되 "능력이
있는" 호남정유와 LG반도체에 대해선 금액규모에 관계없이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내도록 조치한게 단적인 예다.

LG는 이같은 현금결제 원칙을 비교적 신용력이 있는 중견협력업체들보다는
영세 협력업체 위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액기준으로는 연간 6조원가까이에 이르는 납품대금중 현금
결제 비중이 현행 10%선에서 30%정도로 늘어나는데 불과한 반면 수혜기업수
는 전체의 절반이 훨씬 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보다 많은 협력업체들에 간접 자금지원의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도록 1천억원의 중소기업 사업운영기금을 조성키로 한 점도 눈에
띈다.

노후시설 개체 등에 연리 9%이하의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LG는 이 돈을 은행권에서 연 13~14%로 조달해 6%안팎의 역마진을 감수
하겠다는 것.

마케팅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육성키 위해 수입부품 국산화개발에
공동 참여하고 개발에 성공한 품목에 대해선 일정 기간동안 적정 가격으로의
구매를 보장키로 한 점도 "실질지원"의 의미를 겨냥한것 같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