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의 전자식 안정기를 생산하는 유일산업 평택공장.

이 공장의 생산라인은 여느 안정기 생산공장과 다르다.

라인을 따라 흐르는 부품위로 근로자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같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계측기를 파트너로 삼아함께 일하는 것은 이 공장만이
갖고 있는 풍경이다.

근로자들의 맞은 편에 부착된 계측기는 일종의 품질검사기다.

제품과 라인의 상태를 체크해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제품과 공정에 대한 "건강진단서"를 만드는 것이다.

"SPC(통계적 공정관리)차트".

유일산업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신생산혁명"의 길잡이다.

각 라인위에서 발생하는 불량요인을 현장에서 찾아내고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문제를 개선하는 게 목표다.

"SPC의 기본개념은 끊임없이 공정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박수하공장장).

각 공정에 설치돼 있는 계측기에서는 쉬지 않고 공정과 제품의 상태를
기록한다.

체크 대상은 제품 상태에서부터 삽입불량 파손 공정속도에 이르기까지
10여가지에 달한다.

계측기에 기록된 내용은 매일 2시간마다 수치화된다.

이를 토대로 설비와 제품에 대한 "종합 검진"이 이루어지는 것.

종합검진을 실시하는 방법은 "한계선 관리".

계측기에 나타난 각종 검사자료는 보통 2주간 기록이 종합돼 그래프로
그려진다.

그래프에는 그동안 통계를 기준으로 작성한 상한선과 하한선이 있다.

상한선은 목표점이다.

하한선은 "비상 상황"을 뜻한다.

그래프가 위건 아래건 한계선을 벗어나면 즉각 원인 분석에 들어간다.

잘된 것은 다른 공정에도 적용하고 문제점은 시정하는 절차가 당연히
뒤따른다.

특히 하한선을 두번 이상 넘어선 사항은 중점관리 대상에 해당된다.

중점관리 대상이 된 공정은 "중환자"취급을 받는다.

불량률이 조금만 높아져도 생산라인을 즉각 멈춰야 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1백% 완벽한 공정관리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무결점에 도전하는 자세를 포기해선 안된다"(박요섭전자사업부
차장).

유일산업이 SPC 도입으로 거둔 가장 큰 수확은 제품의 표준화.

전자식 안정기의 핵심부품인 메인트랜스와 라인 필터의 규격이 과거엔
들쭉날쭉해 제품불량의 "주범"이 됐다.

공정이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SPC의 도입으로 과학적인 공정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제품의 표준화가
이뤄졌다.

불량요인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생산량도 지난해 월5만개에서 올해는 월5만5천개로 불어났다.

4~5%에 달했던 불량률도 0.01%정도로 눈에 띄게 줄었다.

또 작년 11월에는 보름간의 엄격한 심사끝에 미국 안정기협회의 품질인증
마크인 "CBM"을 획득했다.

이 인증을 받은 업체는 유일산업을 포함해 국내에선 2개업체밖에 없다.

SPC의 과학적인 제품관리는 납품업체들로까지 이어졌다.

납품업체에서 공급하는 부품중 불량품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통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부품의 상태를 관리하다 보니 70여 납품업체들도
SPC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종업원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과거엔 현장에서 불량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SPC를 도입한
후부터는 문제가 생긴 라인은 작업을 즉시 중단시키기 때문에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진일권전자사업부 부장).

지난 91년 설립된 유일산업의 평택공장은 젊고 건강하다.

"젊음"을 지켜주는 것은 제품과 공정의 "건강관리 보고서"인 SPC차트다.

SPC가 힘차게 돌아가는 이 공장의 생산라인에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평택=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