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의 뜨거운 기대속에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금주중 어언 임기의
절반을 맞는다.

마라톤으로는 반환점 통과다.

어제의 민자당 전국위원회 이후 진행중인 당정 개편은 결승점을 향한
집권 후반기에 있어 국정운영 전략의 반영이다.

새삼 제기되는 단임 대통령 5년임기의 타당성은 속단키 어렵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잔여임기 2년반은 길어뵈질 않는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나 국민의 그 컸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아쉬움일 것이다.

게다가 임기말의 무력화현상(레임덕)은 총선이 내년 상반에 잡힘으로
해서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온다.

총선후보 공천이 누가 뭐래도 실권행사의 막바지라 보는 것이 상식이다.

최근의 당헌 개정도 그런 점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제도 보완으로 풀릴만큼 문제가 수월치 않다.

민자당 내부의 갈등구조나 범 야권개편의 진행방향,그리고 나라주변
정세를 종합할 때 향후 국정운영은 어느때보다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이럴때 정치지도자,그 중에도 집권 여당의 금기는 소탐대실이다.

안이한 판단으로 당장 자신과 자파에 이로우려니 일을 꾸미다 보면
자신을 위해서도,누구를 위해서도 이롭지 않은 대국적 손실을 자초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온다.

바로 향후 시대 기운은 그 우려가 겹친 시기임을 모두 깨달아야 한다.

이번 정부 여당의 개편은 김대통령 집권 전반기에 다지지 못한 각종
개혁의 내실을 알차게 할 뿐아니라 장기적으로 나라발전에 초석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당초 걸렸던 기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부의 역사적 과제는 생명체처럼 후속 체제를 생장시켜
종의 존속이 가능케 하는 일이다.

반세기 헌정사는 후계가 싹트고 자랄 숨통을 막음으로써 단절과 폭력의
순환이 점철했다.

이 시점에도 여.야 공통의 약점은 대중적 여망을 업을 차기 주자의
빈약이고,그것은 동시에 국민적 비애다.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당시 최고 권력자들의 아집,도전자가 그것을 뚫고 자라지
못해 도태되는 황량한 사회.정치 풍토가 유죄다.

그런 풍토의 단절은 누구의 소임인가.

결자가 풀 일이며 결자는 그 시점의 최고 권력자다.

여.야가 같고 예나 지금이 같다.

이점 하나만 해결된다면 다른 난제들은 차례로 풀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차기 지망자들이 평소에도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최고 권력자의 아량이다.

물론 경기규칙( the rule of game )을 철저히 적용하는 관리책임도
포함된다.

이미 윤곽이 드러났다.

개혁의 완수도,사회정의의 실현도 긴요하다.

하지만 후계문제의 원활한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한 그러한 포부의
실현이 공염불이 되기 쉽고 포스트 김에도 암운이 걷히지 않는다.

신흥공업국에 신생 민주국들이 많이 생겨난다.

그러나 공업화보다 민주화가 더 어려움은 평화적으로 후계자를 뽑는
국민역량의 부족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