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한 우리 대표단에 의하면
미국이 미.일자동차분쟁 해결이후 한국의 자동차시장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하며 이는 우선협상대상국지정에 따른 업계의견으로 이미
미정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이러한 요구는 대부분 절차적인 문제로서 과거의 통상문제는
수입제한 철폐, 관세인하등 직접적인 시장개방요구가 주된 통상현안과제
였으나 최근부터는 국내적인 제도 운영방식 관행등에 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WTO출범에 대비하여 관세인하 지적재산권보호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 통관제도개선등 여러가지 조치를 취한바 있다.

자동차분야에서만도 우리는 관세를 8%, 카나다 8.6%, 호주의 27.5%에 비해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유지하게 되었으며 또한 38개의 형식승인항목중
28개항목을 면제해 주는 한편 할부금융제도 외국업자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느등 많은 개선조치를 취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끊임없는 압력(Endless Shopping List)을 강화
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만 하더라도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낮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시장의 폐쇄성때문이 아니냐고 주장
하고 있지만 미국의 주종 수출차종인 2500cc 이상의 대형차 분야에서는
외국자동차 점유율이 20%에 가까우며 또 자동차시장 포괄적 개방안이 시행
된지 1년밖에 안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급하다 하지 않을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36억달러의 대미무역적자(95년6월말현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품목의 대한수출부진만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우리입장에서는
유감이 아닐수 없다.

이제 우리경제도 과거와 같이 주요 교역국의 불만제거에 의한 개선보다는
사전에 제도 절차 관행등에 모아지는 불만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시장개방의
파고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우리의 제도와 관행을 세계화하여야 한다.

이번 미통상대표부에 불만을 제기한 Almond등 2개 식품의 경우도 통관지역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식품검사의 경우 우리나라는 정밀검사비율이 22%에 달하고 있으나 총 정밀
검사중 위반확인 적발률은 0.5%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정밀검사비율이 3%에 불과하지만 적발률은 4.3%에 달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전수검사방식보다는 표본조사방식을 채택하되 사후
응징은 무겁게 함으로써 해외로부터 통상불만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수입
검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위법.불량수입품을 근본적으로 국내시장에서
추방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둘째 외국인의 국내진출여건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투자절차에 대한 불만을
완화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여건에 비추어 볼때 모든 업종을 개방할수는 없으나 외국투자의
국내진출절차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외국인투자에 대한 세제지원강화 해외
차입한도확대 외국인전용공단설치등 여러가지 외국인투자 우대조치를 실시해
왔다.

지금 우리가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생산시설능력확대가 아니라
첨단기술의 도입이다.

바로 그런 기술은 외국인투자기업의 현지화에서 얻어질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외국인투자 414건중 첨단기술 수반사업은 15건에 불과
했다.

셋째 기업차원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기업과의 제휴협력을 강화해서
통상마찰의 소지를 사전에 해소시켜 나가야 한다.

최근들어 기업의 해외진출은 현지의 노동력 활용 현지 시장확보에 주안점을
두는 단순투자에 그치지 않고 공동기술개발 특허공유 공도마케팅 국제
컨소시움 형성등 경쟁기업간 전략적 제휴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21세기의 문턱에서 국가간에는 통상마찰이 야기되고 있지만 초일류기업끼리
는 경쟁과 제휴 견제와 협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통상마찰이 극심한
미일간의 기업끼리 이런 제휴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음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런 추세에 끼어들지 못하면 새로운 경쟁질서에서 낙오
된다는 냉혹한 현실앞에서 규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숙고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미국과 유럽의 통상마찰의 제기는 우리의 이들 교역국과의 무역
적자가 증가되고 있음에도 자기들 업계 이익집단의 각개격파식 현안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여 무차별적으로 행사하고 있는데 이는 양국 무역수지를
토대로 장기적인 안목과 체계적인 접근으로 마찰의 형태를 바꾸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