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면동 LG전자연구소에 다니는 김광수씨는 연구원생활을 청산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대학원을 다니던 지난84년 12월 연구소에 들어와
선임연구원까지 됐으나 갑자기 사장이 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는 같은 연구소에 다니는 절친한 연구원들을 설득했다.

"우리 뜻이 맞는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전자회사를 한번 만들어보자"
동료연구원인 유수근씨와 이종산씨 황종범씨등과 여직원 이수이씨가 선뜻
응했다.

이들은 90년 8월 서울 양재동에 13평짜리 사무실을 얻는다.

그러나 모두 가난했다.

주식회사로 등기할 돈조차 없었다.

등기를 할려면 5천만원의 잔고증명이 필요하다.

서초동에 있는 법무사에게 이를 상의했다.

법무사는 주식회사 등기에 필요한 5천만원을 이틀간 2부이자로 빌려
주었다.

겨우 두인전자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인 영상처리기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돈줄을 잡을
길이 막연했다.

김사장은 거의 3개월간 초조하게 고민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래, 자기자금은 없지만 일단 투자회사의 문을 두드려 보자" 생각보다
문은 쉽게 열렸다.

처음으로 찾아간 한국개발투자로부터 3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독자개발한 영상처리기술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어 한국기술투자로부터 2억원을 출자 받았다.

이들 자금으로 두인전자는 74분짜리 영상을 컴팩트디스크에 넣은
CD시네마를 생산하게 됐다.

올매출목표는 1백67억원. 그가 투자회사를 활용한 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에는 신보창업투자로부터 전환사채 2억원및 대여금 3억원을
조달했다.

그는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약10억원의 자금을 구하기도
했다.

김사장은 공대를 나온 맨손의 연구원이었지만 투자회사를 활용, 큰 규모의
자금을 잘 조성해낸 것이다.

인터링크시스템의 이명근사장도 연구원출신으로 창투사를 잘 활용한
케이스다.

이사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통신연구소와 제일정밀연구소
에서 일하다 지난 89년 창업했다.

창업후 거의 1년간 자금난에 시달리다 창투사를 찾아간 것이 확실한
자금조달처를 얻는 기회가 됐다.

그는 창투사로부터 지난 5년간 7차례에 걸쳐 5억2천1백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11월에 만화가 이현세씨가 창업한 주식회사아마게돈도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2억원의 자금을 출자받았고 김동길 진성아이시스사장
이종구 대세산업사장 신종식 한림산업사장 등도 창투사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창업자가 투융자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창업투자회사는 모두 52개사.
창투사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창업기업은 1천3백60여개사에 이른다.

남대우신보창업투자사장은 "사업성은 있으나 담보력이 미약한 창업자들을
위해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다.

지원대상은 설립후 7년이내의 기업으로 제조업 광업 공학관련서비스업
조사정보서비스업 기계장비임대업 등 업종이면 가능하다는 것. 박찬효
KTB컨설팅사장은 "투자회사의 지원심사는 사업계획서를 잘짜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결국은 창업자의 사람됨이 최종지원결정의 기준이 된다고
귀띔한다.

그렇지만 50여개에 이르는 투자회사중 먼저 어느곳을 찾아갈 것인가.

예비창업자로서는 이 문제를 놓고 망설이게 된다.

이땐 창업투자회사의 대주주가 누구인지를 확인 해본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금융기관에서 설립한 투자회사는 안정성과 수익성 자금회수가능성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평. 제조업체가 주인인 창투사는 기술수준 및
시장성에 중점을 둔다.

납품업체 및 계열화기업으로의 육성에도 관심을 가진다.

은행이 대주주인 투자사는 한국기업개발금융(중소기업은행) 국민기술금융
(국민은행) 대구창업투자(대구은행) 경남창업투자(경남은행) 장은창업투자
(장기은행)등이다.

제조업체가 설립한 것은 한라창업투자(만도기계) 동부창업투자(동부제강)
대방창업투자(태일정밀) 신도창업투자(신도리코)등 20여개에 이른다.

이밖에 경제단체 증권사 단자사가 출자한 곳도 많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8옴용 고성능카앰프를 개발, 양산화한 인천
그로리전자의 김귀형사장도 한국개발투자로부터 주식의 약33%에 해당하는
5억원을 출자받은데 이어 신보창투로부터 다시 2억원을 투융자해 국내
카앰프시장을 장악했다.

과학원(KAIST)박사출신인 터보테크의 장흥순사장도 창투사를 활용,
CNC컨트롤러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그는 이렇게 충고한다.

"기술은 있으나 돈이없어 쩔쩔매는 사람들은 먼저 창투사부터 찾아가보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