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영국의 BP사는 최근 서울에서 기술세미나를 가졌다.

주제는 LLDPE(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제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LG의 세미나는 물론 BP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LG도 언제가는 LLDPE에 진출해야 할 처지라 이 영국회사의
"기술판촉행사"를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유화업계에서는 요즘 이런류의 기술세미나가 유행이다.

왜냐.한국업계는 공장을 지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 "공장건설=기술도입"이다.

그만큼 한국의 유화산업은 "해외기술의존형"이다.

국내의 8개 NCC(나프타분해공장) 모두가 미국회사의 공정을 쓰고있고
요즘 건설되는 폴리올레핀공장도 미국 아니면 유럽산 공정기술을 도입해야
된다.

유화산업 초창기였던 70년대나 세계 5위의 유화대국이 된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자동차 전자등 다 국산화를 외치지만 유화는 국산화 소외지역이다.

기술과는 담을 쌓고있다.

왜일까.

답은 명쾌하다.

개발시기를 놓쳤다.

또 뒤늦게 따라갈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왠만한 합성수지 공장하나 짓는데는 1천억원정도가
들어간다.

이중 5%정도만 지불하면 공정기술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석유화학에서 기술도입은 패키지 도입이며 얻기도 쉽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석유화학공장의 공정기술은 범용화됐다고 풀이한다.

그래서 이런 공정의 "국산화"라는 현실적으로 돈낭비에 불과한 셈이다.

문제는 공정다음의 응용기술이다.

이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약하다.

연구개발비 비중이 다른 제조업에비해 낮은 것이다.

이 점은 지난해 각 산업의 제조비용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유화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0.36%. 한참 잘나가는 전자업의 비중이
1.23%로 높은 것은 제쳐놓더라도 같은 소재산업인 철강업의 0.83%에도 크게
밑돈다.

제조업종 평균인 0.50%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고부가가치의 특수 컴파운딩 기술이 없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한 예로 한국 업계도 폴리에틸렌으로 전선피복소재를 만들지만
15만4천볼트의 초고압전선용 소재는 엄두도 못낸다.

어떤 첨가제를 어떤 비율로 섞어 어느 정도의 온도와 압력을 가할지에
대한 기술이 없다.

미국 레스터라는 회사의 독점기술이다.

"반도체 업계가 범용제품인 D램에선 자신만만 하지만 고부가가치의
비메모리에서 쩔쩔 매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소재산업실선임연구원) 고부가가치의 특수 컴파운딩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술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래서 한국의 유화산업은 부피만 크고 부가가치는 작은 범용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비지땀을 흘린다.

한마디로 "저가품 생산대국"이다.

기술력이 취약해 범용제품 생산능력만 잔뜩 키우다보니 불황에도
취약하다.

불경기가 오면 미국이나 일본은 감기에들지만 한국은 홍역을 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진폭이 적은 범용제품에 밥숟가락을 의지하고 있어 불황에 대한
면역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의 취약점을 경영효율로 보완하는데도 외국에 뒤지고 있어
더 가관이다.

구미와 일본에서는 최근의 경기회복기를 십분 활용해 공장증설과 함께
불황대비용 전략적제휴에 열을 올리는데 한국은 "증설" 한 길이다 유럽에서
이 네덜란드의 셸과 이탈리아의 몬테디슨이 규모의 경제위해 범용수지인
PE PP사업부를 통합했고 일본에서는 삼정석유화학과 우부흥산이 PP사업을
함께 꾸려나간다는 소식등이 외신을 타고 들어왔지만 국내에서는 무반응이다.

불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한국의 유화업계에서는 이같은 전략적 제휴는
아직 생소하기만하다.

한국의 유화산업은 언젠가 다가올 불황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