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 <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독일의 통일은 서독의 안정되어 있는 민주주의 정치질서와 풍요로운 경제
환경에 대한 동독주민들의 동경심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독주민들은 동.서독이 통일될 경우 감시와 압박에서 벗어나 서독인들과
같이 자유롭고도 여유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오랫동안
가져왔다.

이러한 희망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원동력이 되었으며 결국 통일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상기한다면 "우리가 남북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정치적으로는 국민들의 의사가 국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참된
민주주의가 보다 뿌리를 내려야 하며,경제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더욱
풍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의 경제를 보다 살찌워야 한다.

현재 일부 식자들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하여 통일비용의
적립을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도 통일비용의 일부로 남북협력기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통일기금을 마련해 놓는다고 하더라도 통일 이후
2천만명이 넘는 북한의 빈곤계층을 장기간 먹여 살리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방법은 한가지, 통일이 가져다 줄 후유증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국제경쟁력
을 강화하여 우리 경제 전체의 틀을 키우는 길 밖에 없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일은 남한이 선진경제의 대열에 들어섰으며,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를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남한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서울 아현동과 대구
에서의 가스폭발 사고와 같은 대형참사들이 끊이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주민들이 남한사회를 부러워하면서 통일을
열망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 시작하는 자세로 내부개혁을 강화하여 질적인 면에서
내실있는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경제의 질적인 성장과 관련해서는 내부개혁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측면
에서도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현재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는 의료보험이나 연금제도등의 측면에서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주의국가에서의 사회보장제도는 현실적인 면에서 전혀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형식적인 면에서는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나은 면도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남한이 사회보장제도 운용 측면에서도 북한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자신있게 보여 줄수 있을 때 북한주민들이 두려움을 갖지 않고 통일 이후의
삶에 대해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편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사회주의체제와 주체사상에 물든 북한주민들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을 올바로 교육시킬 수 있는 교사들과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대민행정을 펼칠 수 있는 행정요원들을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교육제도와 행정체계에 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하며,
정부의 행정체계 개편방향도 통일지향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통일지향적인 행정체계 개편은 행정인력을 감축하기 보다는 효율적인 행정
체계를 통하여 기존의 여유인력을 흡수해 놓음으로써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이들을 한껏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외정책적인 측면에서 한반도의 통일이 주변국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도 통일을 대비하는 중요한 길이다.

광복 50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쓰라린 과거를 회귀해 보는 것도 좋지만,
자칫 도가 지나칠 수 있는 우리의 반일감정을 자제해야 하며, 만주가 우리
땅이었다는 식의 섣부른 발언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 중남미 그 어느 국가들에 대해서도 한반도의
통일이 그들의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실한 논리를 개발해 놓아야
한다.

통일이 되었을 때 한반도가 대륙과 대양을 연결하는 중심축으로서
주변국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수 있는가를 사전에 관련당사국들에
인식시킴으로써 이들 국가의 축복 속에서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