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11 특별사면.복권조치는 그 시기나 대상인사들의 면면을 볼때
과거의 사면.복권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조치는 과거 독재및 군사정권이 정국의 위기상황이나 취약한 정통성
보완을 위해 단행하곤 했던 통과의례적 시혜적 사면.복권이 아니기 때문
이다.

이번 조치는 "통치권자의 시혜" 차원을 넘어 김영삼대통령이 광복50주년과
집권후반기를 앞두고 국민화합을 통해 새출발을 다짐하자는 의지의 일단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사면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과거 한때 정적이었던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 박철언전의원등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어떤의미에서 이제 "과거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정치적
화해 메시지를 이번 조치에 담았다고 볼수 있다.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대통령과 감정의 골이 깊었던 박태준
전포철회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공소취하하는 형태로 사실상 사면을 할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화해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 이같은 조치는 결과적으로는 정치적 보복이나 표적사정이었다는 일부의
지적에 따른 현정권의 짐도 벗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초기 국민들의 "박수"에 도취, 제도적 개혁이 아닌 인적 개혁내지
전정권인사들에 집중시켰던 사정의 결과가 여권의 돌이킬수 없는 분열로
이어졌다는 일부의 지적도 이번 사면에서 고려된 흔적이 역력하다.

6공의 핵심인사들이었던 김종인전청와대경제수석 이진삼전체육청소년부장관
을 비롯 이종구 이상훈전국방장관 김종호전해군참모총장 엄삼탁전병무청장등
이 포함된 점은 눈여겨 이같은 맥락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국민적 민심이반 못지않게 현정부와 심리적 거리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재계에 대해서도 화해와 새출발의 신호를 보냈다.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외에도 정몽헌현대상선대표 박세용전국민당대표특보
김승연한화그룹회장 김우중대우그룹회장 최원석동아그룹회장 김택기한국
자보사장등이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야당과 구정치권을 겨냥, 이동근의원과 김근태 김부겸 한준수씨를
비롯 수서사건에 연루됐던 이태섭 김동주 오용운전의원등을 포함시켰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대화합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등
소송에 계류중인 상당수 인사들에게 사전에 통지, 소를 취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면 복권을 계기로 현정부의 국정운영스타일도
상당한 변화가 일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