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갈곳을 잃은 유휴자금이 대거 미술시장으로 몰릴
것이라던 관계당국의 예상과는달리 미술계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
이다.

실명제단행에 힘입어 건전한 시장풍토가 조성되고 거래또한 활성화되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자금의 흐름이 노출됨으로써 고가의 미술품거래를 회피,자금유입이
더욱 어려워진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아래서 가득이나 기존의 미술시장을 움직여온 소수의 굵직한
개인소장가들조차 불투명한 시장경기때문에 움직임을 보이지않고있는 마당에
미술과 거리가 먼 "검은돈"소지자들이 새삼스럽게 미술의 투자가치를 인정,
그림사재기에 뛰어들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망상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고있는 일부 대가들이 작품을
비롯 국내미술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있어 미술품이 투자대상
으로서의 매력을 잃어 구매의욕마저 크게 저하된 상태.

특히 미술품이나 골동품의경우 적기환금이 어렵고 전매차익도 얻기가
힘들어 자금유입을 기대했던게 처음부터 무리였다는것.

결국 실명제실시로 갈곳을 잃은 자금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있는 화랑가에 때아닌 활기를 불러일으킬것이라는 추측은 빗나간
셈이다.

한편 미술계는 이처럼 실명제체제 적응에는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실명경제가 정착될경우 경매제도의 도입등 미술시장현대화가
가속화될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즉 실명제가 장기적으로 우리경제를 살리기위한 대책이라고 볼때 이제도가
실효를 거두어 경기가 활성화될경우 미술시장도 구조재편이 불가피, 궁극적
으로는 서구미술시장처럼 질서를 잡을수 있을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백창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