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석재전총무처장관이 대검에 자진출두함에 따라 "전직 대통령
4천억원대 가차명계좌 보유 발언"사건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4천억원계좌설이 흘러나오게 된 경위에 대한 서전장관의 해명서와 이같은
내용을 서전장관에게 전한 김일창씨(55)등 4명의 연결고리가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 4명의 신병을 확보, 조사중이며 4명에게 4천억원계좌설을
퍼뜨린 사람이 더 있다는 진술에 따라 이들의 신병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을 조사하면 계좌보유설이 사실인지 아니면 시중의 단순한 루머가
기자와 장관의 저녁식사자리에서 과대포장됐는지 여부가 판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주변정황과 서전장관이 검찰에 제출한 경위서의 내용등을
감안해볼 때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같은 예단은 서전장관측이 검찰에 제출한 경위서와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등을 종합해 볼 때 가능하다.

검찰에 따르면 서전장관은 자신과 평소 친분이 있는 요식업체 주인
김일창씨(55)로부터 들은 얘기를 그대로 기자들앞에서 발설했다는 것이다.

서전장관은 이와관련, "김씨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허황돼게
느꼈으나 나(서전장관)와 김씨와의 평소 관계나 김씨의 말하는 태도로
미루어 차츰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에 대한 조사결과 김씨도 송석인씨(61)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송씨 이후의 고리는 이우채씨(54)를 거쳐 이종옥씨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종옥씨 조차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는 진술하고 있어
수사관들이이씨를 데리고 나가 제5,제6의 사람찾기에 나선 상태이다.

검찰은 4천억원이라는 거액을 실명화하려 한다면 이 많은 사람이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이번 사건을 루머의 확대해석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이와관련 이원성대검중수부장은 "지난해 기업 자금담당자들에게 수백억,
수천억원의 자금을 저리로 제공하겠다는 루머가 있어 정보팀에서 은밀히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며 "그러나 조사결과 모두 루머에 불과해 조사를
중단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중수부장의 이같은 말은 이번 사건도 시중루머가 술자리에서 사실처럼
커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연결되는 것이다.

또 김씨와 두 이씨등의 인물에 대한 신빙성도 이번 사건의 진실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씨는 서울 도봉구 우이동에서 갈비집인 "고향산천"의 소유주로서 지난
87년 부도난 영신상호신용금고회장을 지내다 고개예탁금 87억원을 횡령해
구속된 전과자이다.

또 송씨는 생활체육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63년
6대총선에서 민정당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사람이다.

그는 현정부출범이후 민주계인사들과 교분이 있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적도
있다.

이우채씨는 한약재판매업자로 밝혀졌으며 송씨와 이씨는 친구 사이인 것
으로 알려졌다.

이종옥씨는 현재 직업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이우채씨와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문제의 인물들이 비실명 자금을 가진 거액
전주들을 상대로 "가.차명계좌"처리를 정부고위층에 부탁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계좌가 나올 경우 조사를 해야되지 않겠느냐며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나서 돌발변수에 따른 확대수사의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검찰의 발언은 낮은 톤으로 나오고 있어 모양갖추기라는
인상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8월15일 광복50주년기념 행사를 앞두고 경축무드를
유지하기 위해 빠르면 3-4일내에 종결될 가능성이높다고 볼수 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