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출판인들의 노력은 끝이 없다.

내용에 관계없이 일단 베스트셀러가 되면 출판사및 저자가 함께 유명해지고
수익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미국출판계에서는 최근 이같은 베스트셀러의 이점을 노려 저자들이 직접
치밀한 사재기수법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든 사건이 발각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문제의 책은 경영컨설턴트인 트리시와 위어세마가
함께 쓴 "시장지도자의 철학"(에디슨 웨슬리출판간).

연초 출간된 이책은 3월부터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는가 하면
비즈니스위크등 각종 매체의 베스트셀러에 뽑혔다.

그런데 실은 이것이 저자들의 자기책 사들이기에 의한 결과였다는 것.

컨설팅사인 CSC를 운영하는 이들 저자는 미국의 각 서점마다 수십권씩
전화주문을 냈다.

서점에 그만한 분량의 책이 없으면 웨슬리출판사에 직접 주소지로 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주소는 출판광고물을 만드는 마케팅사.

책들은 트레일러에 쌓이게 된다.

책대금은 카드로 계산된다.

서점은 물론 수십권을 팔았다고 언론사를 비롯 베스트셀러집계기관에 보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전역 3,000개의 서점과 선물점, 슈퍼마켓등에서 팔린
책들을 종합해 베스트셀러순위를 매긴다.

이런 식으로 종합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CSC사는 책1만권을 전화주문으로 구입하는데 25만달러를 들였다.

또 직원이나 아는사람들을 동원해 서점에서 직접 3만~4만권을 구입했다.

이들이 이처럼 돈을 들여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베스트셀러가 되면 우선 이름을 얻고 그 결과 다음 출판을 쉽게 할 수
있다.

직업이 컨설턴트인 만큼 여기저기서 강의요청이 들어오고 강연료도 올라
간다.

실제로 트리시의 강연료는 지난해 연간(80회기준) 2만5,000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랐다.

또 기업의 컨설팅요청및 프로젝트가 쇄도해 책구입에 쓴 비용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챙겼다.

맥그로힐등 유명출판사에서 전속계약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일들이 법적인 하자 여부에 관계없이 비도덕적이라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트리시는 그것은 참신한 마케팅기법의 하나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못박는다.

하지만 미국출판관계자들은 이같은 베스트셀러 조작이 독서문화와 출판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